'히틀러의 길' 가는 푸틴?… 크림반도~러시아 잇는 다리 짓기로

조선일보
  • 김성현 기자
    입력 2014.03.06 03:01

    70년前 30% 정도 지었던 나치, 소련軍이 진주하자 폭파시켜
    푸틴 측근 러총리 "다리 세울 것"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항구인 부동항(不凍港) 확보는 러시아의 역사적 숙원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크림반도에 주둔한 러시아 흑해함대의 철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푸틴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지난 3일(현지 시각)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지역과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교량(4.5㎞)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2010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교량 건설을 위한 양해 각서를 체결했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지금은 페리선이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가르는 케르치 해협을 왕복 운항하고 있다.

    1943년 나치 군사 설계 그룹 토트(Todt)가 히틀러의 지시를 받고 제출한 러시아-크림반도 연결 교량 설계도 사진
    1943년 나치 군사 설계 그룹 토트(Todt)가 히틀러의 지시를 받고 제출한 러시아-크림반도 연결 교량 설계도. /독일연방아카이브
    하지만 이 교량 건설을 가장 먼저 추진한 건, 푸틴이나 메드베데프가 아니라 독일 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1889~1945)였다. 소련 정복이라는 야욕에 사로잡혔던 히틀러가 2차 세계 대전 당시인 1943년에 크림반도와 러시아를 잇는 일명 '금문교(金門橋)' 건설에 착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독일연방아카이브 자료를 인용 보도했다.

    히틀러는 크림반도를 '흑해의 보루(堡壘)'라고 부를 만큼 이 일대의 군사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크림반도를 통해 나치의 군 병력과 장비를 러시아로 이동시켜서 러시아 남부 유전(油田) 지역을 장악한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었다.

    러시아가 추진 중인 크림반도 연결 교량 위치 지도
    1943년 공중에 로프를 가설하고 인력·자재 운반용 차량을 매다는 삭도(索道)를 우선 설치했다. 히틀러는 도로와 철교(鐵橋)를 포함한 정식 교량 완공을 6개월 만에 끝내라고 지시했다. 나치는 케르치 해협이 얼어붙는 겨울을 이용해서 교량 기반 공사에 착수했지만, 소련군이 진주하자 나치는 30%가량 공정이 진척된 이 다리를 폭파시켰다.

    전쟁에서 승리한 소련군은 "해군의 항해에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후(戰後) 15년에 걸쳐 교량 잔해를 철거했다. 철거 50여년 만에 나치와 비슷한 이유(동유럽의 자국 패권 추구)로 다시 교량 공사 계획을 들고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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