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여한 경제 전문가들은 4일 세계경제가 최악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확실한 새 성장 동력을 아직 찾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하나 될 한국’이 활기를 잃은 세계경제에 불을 지필 대안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오전 열린 다섯 번째 토론(챕터5)의 주제는 ‘성장인가 정체인가? 아시아와 세계경제 대진단’이었다.
200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워드 프레스콧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잘못된 여러 정책이 이어져 지난 10년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낮아졌다. 경제가 다차원적이고 복잡하게 변했는데도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1960년대처럼 수요·공급 곡선이나 들여다보고 정치적 논리에 연연해 경제정책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리 스턴리히트 스타우드 캐피털그룹 회장 겸 CEO는 "미국의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이 최근 회복되고 있지만 혜택을 받는 소비자는 거의 없고 소비도 거의 늘지 않았다"고 했다.
한때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붕괴설까지 돌았던 유럽에 대해선 가까스로 구렁에서 빠져나온 정도라는 진단이 나왔다. 데이비드 본더먼 TPG캐피털 회장은 "유럽은 노트르담 성당 같이 오래된 것들로만 먹고사는 '박물관' 같은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부동산 과열, 과도한 빈부 격차, 지도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돈을 찍어 경기를 부양해온 미국의 양적 완화(QE)도 중국의 '버블'에 일조했다고 보았다. 푸단대 장쥔(張軍) 중국경제연구소장은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아시아 경제성장은 미국 QE에 힘입은 측면이 크며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하버드대 리처드 쿠퍼 교수는 동아시아 경제의 위험 요소로 젊은 층의 인구 급감에 주목하라고 했다. 그는 미 인구통계국 자료를 분석한 통계를 제시하면서 "유연하고 역동적으로 일하는 젊은이(15~24세) 인구가 한·중·일에서 유난히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 연령대 인구는 2010~ 2040년 4% 정도 늘어날 전망인데 한·중·일은 42·32·34%씩 감소한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이에 "한국은 한반도 통일로 젊은 노동력 부족 문제를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여긴다"고 말했다.
본더먼 회장은 선진국은 식어가고 신흥국 투자는 불안하다며 "어려운 시대에 (세계경제의 대안으로) 통일 한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테이퍼링(QE 축소)은 이날 참석자들의 매우 큰 관심사 중 하나였다. 쿠퍼 교수는 QE 축소 이후의 전망에 대한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의 질문에 "나는 테이퍼링보다 타이트닝(tightening·긴축)이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몇 년 동안 돈을 풀고 난 지금은 당연히 긴축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QE 축소에 신흥국이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통일 경제'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프레스콧 교수는 "독일 통일 이후 서독은 지나치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해야 했다. 같은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으려면 북한 경제를 더 끌어올린 다음 통일하는 편이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