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어렵다고요? 저 같은 사람도 클래식 DJ를 2년 5개월째 하고 있는걸요." 3일 서울 목동 C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을 마치고 막 나온 김석훈(42)이 유쾌하게 입을 열었다.
1998년 드라마 '홍길동'으로 데뷔한 뒤 주로 TV에서 활동해 온 그가 라디오 DJ로도 활약 중이다. 2011년 11월부터 진행해 온 CBS 음악FM '아름다운 당신에게'(매일 오전 9~11시)가 예상 외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작년 7월 청취율 조사(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서는 동시간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 이 음악의 제목이 이거였구나'라고 알아가는 즐거움에 많은 분이 동참한 것 같아요. 클래식이 어렵다고들 해도 이런 생활밀착형 음악이 없어요. 전화통화 연결음, 지하철 안내방송, TV 배경음악처럼 곳곳에 있어요."
김석훈이 DJ석에 앉은 건 MBC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시청률 고공비행을 막 끝낸 뒤였다. 숱하게 들어온 후속작 시놉시스 중에서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클래식 프로 DJ 제안이었다. 그전까지 클래식 공연이라곤 딱 두 번 봤을 뿐인 문외한이었지만 "DJ라는 글자에 이끌려" 덥석 받아들였다. "클래식 점수를 매긴다면 그땐 10점 만점에 1점도 안 됐어요. 지금은 4점쯤 될까요?"
클래식 공부를 시작한 그는 KBS 1FM에 귀 기울였고, 일주일에 서너 차례 공연장을 찾았다. 방송 초기엔 연주자 이름 발음조차 버거웠던 그는 이제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를 들려주며 "방금 것은 안드레 와츠의 연주인데, 랑랑의 연주와는 또 다른 느낌이지 않으냐"고 말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원칙은 '쉬운 눈높이'다. 난이도 높고 마니아 성향 강한 음악은 배제한다. 그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청취자 중엔 김석훈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인터넷으로 청취하는 중화권·동남아·유럽 한류 팬도 있다.
그는 최근 방송 진행을 하며 마음에 들었던 56곡을 CD 4장에 담아 '클래식 투어'라는 이름으로 내놨다. 문외한 딱지를 갓 뗀 그는 바흐의 하프시코드 연주곡을 추천했다. "그 고(古)음악의 아름다움은 복고 정서의 완결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