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매년 20만 이민자 수용'이라는 파격적인 청사진을 내놨다. 근현대 일본 국력의 상징인 '1억 인구'를 지켜내기 위해선 외국 이민자를 20만명씩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인구는 현재 1억2718만명. 지금처럼 아이를 적게 낳으면 산술적으로 100년 뒤인 2110년 일본 인구는 4286만명으로 줄어든다. 4286만명은 1912년 인구(5000만명)에도 못 미친다. 일본의 이런 방안은 출산 감소로 인한 인구 감소를 저지하기 위해 이민자에게 문호를 개방한 싱가포르의 정책도 참고했다.
'매년 20만 이민자 수용'이란 파격적 방안은 출산율을 올리는 것만으론 1억 인구를 유지할 수 없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2012년 기준으로 일본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는 평균 자녀 수)은 1.41명이다. 한국(1.24명)보다 높지만 현재 인구인 1억2718만명을 유지하기엔 낮은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설사 합계출산율을 인구 유지 가능 수준인 2.07명으로 끌어올려도 2110년 인구는 9136만명이 된다고 내다봤다.
일본이 인구 감소의 마지노선이라고 여기는 '1억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선 출산율 대책만이 아니라 '이민자 수용'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매년 20만명의 이민자까지 받아들이면 2110년 인구가 1억1404만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민자들이 일본에 정착해 살면서 낳은 자녀까지 포함한 2268만명이 미래 일본 인구의 한 축을 구성해 다민족 국가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근대화 이후 일본은 '1억 인구'를 국가 목표로 했다. 강대국이 되기 위해선 그만한 인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가 결사항전을 주장하면서 '1억 국민 총옥쇄(總玉碎)'를 강요했을 때 1억명은 식민 지배하에 있던 조선과 대만인까지 포함된 숫자였다. 전후 일본이 1억 인구를 돌파한 것은 1967년이다. 일본 언론 등은 이를 대대적으로 자축했다. 하지만 일본은 1980년대 이후 저출산이 고착화되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입국을 허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철저히 폐쇄적인 이민 정책을 유지해 인구 감소를 유발했다는 반성을 해왔다.
일본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향후 간호사 등을 비롯한 이른바 '기능자·기술자' 중심의 이민을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건설 노동자를 적극 유치하겠다고 했고, 일본이 가입을 앞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도 '외국인 이민 확대'가 명시돼 있다. 정부는 또 '국가 전략 특구 법안'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 규제 완화는 물론, 외국인과 다국적 기업에 대한 감세 정책까지 마련했다.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일본 내각부 산하 경제재정자문회의는 논의를 거쳐 연내에 이민자 유치 등에 관한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