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極 빙하 40% 이상 줄어들자 '콜드 러시(북극해 자원 확보 경쟁)'

조선일보
  • 이재준 기자
    입력 2014.02.24 03:01

    러, 해저유전 30곳 개발 나서… 美, 이미 북극해 개발계획 발표
    日기업, 첫 석유개발권 따내… 한국, 북극이사회 옵서버 참여
    해적 없고 운송비용도 절감… 中·덴마크, 북극해 항로 개척

    "북극해는 러시아의 중요한 전략 지역이다."

    러시아가 지난해 12월 북극해의 '프리라즈롬나야' 해저 유전에서 처음으로 원유를 뽑아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같이 선언했다. 이 유전의 매장량은 7200만t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가 7개월 동안 쓸 수 있는 분량에 맞먹는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가즈프롬은 이 유전을 시작으로 북극해의 다른 해저 유전 29곳의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미국도 지난해 5월 북극해 종합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자원 선점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 역시 '우리 북극, 우리 유산, 우리 미래'라는 제목의 북극 개발 종합 계획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가즈프롬이 북극해에서 개발한 ‘프리라즈롬나야’ 해저 유전에서 원유를 채굴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가즈프롬이 북극해에서 개발한 ‘프리라즈롬나야’ 해저 유전에서 원유를 채굴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가즈프롬
    최근 북극해에 자원 확보를 노리는 국가와 기업들이 앞다투어 몰리며 이른바 '콜드 러시(cold rush)'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800년대 미국에서 금광을 찾아 서부로 사람들이 몰렸던 '골드 러시(gold rush)'와 비슷한 상황이다. 예전에는 북극해의 유전 개발이 극히 어려웠다.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빙하의 압력을 시추 장비나 유전 시설이 견뎌낼 수가 없었기 때문. 이 같은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준 건 뜻밖에도 '지구 온난화'였다.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대거 녹으면서 해저 유전 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미국 국립 빙설자료센터(NSDIC)에 따르면, 북극의 빙하 면적은 410만㎢(2012년 8월 기준). 기온이 올라가면서 30여 년 전에 비해 빙하 면적이 40% 이상 줄었다. 빙하가 걷히자 그 밑에 감춰져 있던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북극해에 세계 곳곳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천연가스의 30%, 원유의 13%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북극해의 해상 수송로와 원유 매장 지역 지도
    북극해 관리는 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 연안국 회원들로 구성된 북극 이사회가 담당한다. 여기에 지난해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이탈리아, 일본 등이 옵서버(참관인) 자격으로 가입하며 북극 개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미국 엑손모빌, 이탈리아 에니, 노르웨이 스타토일 등 세계적인 에너지회사들도 북극 유전 개발에 가세했다.

    일본 기업들도 최근 북극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일본 국제석유개발은 지난해 12월 덴마크령 그린란드 해안 두 곳의 석유 개발권을 따냈다. 일본 기업으로서는 처음이다. 이 기업 관계자는 "미(未)개척지인 북극해 개발은 후손들을 위한 포석"이라며 "빙하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어 개발 비용도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북극해 연안 국가 아이슬란드와 손을 잡았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지난해 6월 아이슬란드와 제휴해 유전 개발에 뛰어들었다. 중국이 10년 동안 공을 들인 끝에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지난달 발효됐다.

    북극해 자원만큼이나 북극을 통과하는 해상 항로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덴마크 화물선 '노르딕 오리온'호는 작년 9월 석탄 1만5000t을 싣고 북극해를 통과했다. 이를 통해 캐나다 밴쿠버에서 핀란드 포리항까지 가는 운송 기간을 일주일 단축했다. 파나마 운하를 거치는 기존 항로 대신 새 항로를 개척한 것이다. 연료비 8만달러(약 8500만원)도 아꼈다. 중국 화물선 '융성호'도 작년 말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기존 항로 대신 북극해를 이용, 중국에서 네덜란드로 운항하는 데 성공했다.

    북극해를 통과한 화물선은 2010년 4척, 2011년 34척에서 2013년 71척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북극 항로는 운송 기간과 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해적으로부터도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의 기상 정보업체 웨더뉴스는 올여름부터 북극해를 운항하는 선박에 위성에서 관측한 빙하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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