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 부풀려져… 귀화 결정한 직접적 이유 아냐"

입력 2014.02.24 03:03

[러시아 귀화에 입 연 빅토르 안 선수]

한국 선수들 '노메달' 안타까워… 내 성적과 비교하는 거 힘들었다
여자친구와는 한국서 혼인신고… 내년 세계선수권까지는 뛸 생각

"파벌은 있었지만 제가 귀화를 결정한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너무 많은 인터뷰를 했습니다. 제가 얘기하지 않은 것이 자꾸 부풀려졌습니다."

소치 동계올림픽 3관왕에 오른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이 러시아 귀화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22일 쇼트트랙 남자 500m와 5000m 계주에서 잇따라 우승하고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후에는 한국 취재진과 따로 만났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에서 금 3·동 1개를 따낸 빅토르 안은 러시아 연방정부와 모스크바주로부터 모두 1720만루블(약 5억1600만원)의 포상금을 받게 된다. 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체육장관에게 "모스크바에 빅토르 안의 주택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벌 부풀려져… 특혜 바라지 않았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안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 줄 세우기, 심판 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따른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현수의 아버지인 안기원씨가 앞서 국내 언론에 여러 차례 "아들은 국내 빙상계 파벌 싸움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면서 대통령까지 나선 것이다. 안현수는 "아버지가 저를 정말 아끼는 마음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어느 정도 제가 피해를 보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빅토르 안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러시아 국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고 있다. 왼쪽 사진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러시아 소치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를 관람하는 빅토르 안(왼쪽)과 여자친구 우나리씨.
지난 21일(현지 시각) 빅토르 안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러시아 국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고 있다. 왼쪽 사진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러시아 소치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를 관람하는 빅토르 안(왼쪽)과 여자친구 우나리씨. /뉴시스·주완중 기자
그는 2008년 무릎 골절의 여파로 1년 동안 수술을 네 번 받았다. 2010 밴쿠버올림픽 선발전은 한 달쯤 준비해 출전했으나 탈락했다. 그는 "(대한빙상연맹이) 저에게 특혜를 줘야 한다든가,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3관왕' 안현수는 '노메달' 한국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국 선수들과 저의 성적이 맞물려서 나가는 게 힘들었다"면서 "(한국) 선수들이 정말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안현수 측이 먼저 러시아행 타진

기자회견에 함께한 크라프초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은 "2011년 3월 안현수의 에이전트가 안현수가 러시아에서 활동할 수 있는지 내 의견을 물었다"면서 "그래서 안현수 아버지와 에이전트를 만났고, 안현수를 초청했다"고 말했다.

안현수 측은 그동안 '러시아 빙상연맹이 먼저 대표팀 파트너로 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크라프초프 회장은 안현수 측이 먼저 러시아행을 제안했고, 초기 협상 단계부터 러시아 대표팀 합류를 전제로 귀화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안현수의 무릎 상태를 본 의사들이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판정했다"는 말도 했다. 크라프초프 회장은 "이번에 러시아 국영방송에서 쇼트트랙 경기를 처음 생중계했다"면서 "빅토르 안이 선수로 뛰다 러시아 대표팀 감독을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는 이미 한국서 혼인신고"

안현수도 러시아에 쇼트트랙을 알렸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러시아에 처음 와서 1~2년은 보여준 게 없어 조급했는데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기쁘다"면서 "저를 인정하고 믿어준 러시아로 귀화한 것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한국에 '여자친구'로 소개된 우나리씨에 대해 "결혼식만 안 올렸을 뿐이지 부부 관계"라면서 "한국에서 혼인신고는 했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23일 메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단체 회견에선 러시아 기자로부터 '피겨 김연아의 판정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마지막 은퇴 무대를 올림픽으로 택해 부담감이 컸을 텐데 잘 이겨냈고, 본인도 만족한 듯 보여 빙상 선배로서 보기 좋았다"면서 "판정 문제는 종목이 달라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다음 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한다. 그는 "내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까지는 뛸 것 같다"면서 "앞으로의 계획은 천천히 주위 분들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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