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의원의 'RO' 모임이 17일 법원에서 국가 전복을 노리는 비밀 혁명 조직으로 인정되면서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당 해산 심판의 핵심은 통진당의 위헌성 여부 판단인데, 통진당 핵심 구성원 모임의 '목적'과 '행동'에 법원이 '반국가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RO 조직원들이 통진당 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던 점을 감안해 법원의 이번 판단이 헌재가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리는 데 주요한 참고 요소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동안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 법무부와 피청구인인 통진당은 이번 재판 결과에 촉각을 세워 왔다. 헌재에서 통진당의 위헌성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결국 통진당 내 핵심 세력이었던 이 의원과 RO 모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통진당에서도 작년 12월 "이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에 대해 수원지법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니 확정판결이 내려진 후에 정당 해산 심판을 다뤄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헌재는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지(헌법 8조 4항) 여부를 따져 통진당 정당 해산을 결정짓게 된다.
법무부는 RO 모임이 '주체사상 전파'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강령'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결국 이들이 주도한 통진당의 '목적'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이날 법원에서 RO 모임이 국가 전복 등을 목적으로 회합을 갖는 등 내란 음모를 꾸며 왔다는 점을 인정했는데 이는 곧 통진당의 활동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반면 통진당에서는 '이석기=통진당'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법원에서는 이 의원과 RO 모임의 국보법 위반과 내란 음모 혐의에 대한 요건을 확인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행동도 개인의 돌발적 행동이지 당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 의원뿐만 아니라 통진당 간부들이 작성한 문건과 발언들이 문제가 될 때마다 통진당은 '개별 당원의 주장일 뿐 정당의 이념과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며 비판했다.
헌재는 이날 법원의 선고 결과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의원과 RO 모임에 대한 판단이 헌재가 통진당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리는 데 주요 참고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헌재 관계자는 "정당 해산 심판과 이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을 판단하는 요건(要件)은 별개"라면서도 "통진당에 소속해 활동한 이 의원과 RO 모임의 활동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해친다고 법원이 판단한 부분은 헌재 재판부가 결정을 내리는 데 하나의 고려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진당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두 번의 준비 절차 기일을 거쳐 지난달 1차 공개 변론을 가졌다. 헌재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2차 공개 변론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