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南男 "외국 여성보단 탈북女가 낫죠" 北女 "남한서 생존위해 南男 택했다"

조선일보
  • 곽창렬 기자
    입력 2014.02.15 03:03 | 수정 2014.02.15 16:42

    南男北女 커플 지금껏 3000여쌍… 결혼업체 10여곳 성업

    北男은 외면하는 北女들
    남한 온 탈북자 70%가 여성
    탈북여성 TV쇼 늘어나면서
    선입관·거부감도 많이 줄어
    탈북男들은 조선족과 결혼

    자상한 南男… 강인한 北女
    北선 밥하는 남편 상상못해
    다정한 성격이 南男의 장점
    家長 역할에 익숙한 北女
    생활력 강하고 부지런해

    대구에 사는 최혜인(40·가명)씨 부부는 '남남북녀(南男北女)' 커플이다. 최씨는 평양 출신의 탈북 여성, 사업가인 남편은 평범한 남한 남성이다. 2009년 탈북해서 남한에 온 최씨는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탈북 여성과 남한 남성 간 만남을 전문으로 주선하는 업체였다. 목숨을 걸고 북한 국경을 넘어설 때 최씨가 뼛속에 새긴 결심이 있었다. '남한에 간다면 순간의 사랑보다는 능력이 되는 남자를 택해 결혼하겠다'는 것이었다. 중개업체가 소개해준 남자는 결혼 경험이 있는 여섯 살 위 남성이었다. 남한 드라마 속에 나오던 '자상하고 배운 것 많은' 남자를 닮은 사람, 그가 지금의 남편이다.

    남한 남자에게도 북한 여성은 매력적인 존재다. 2007년 북한 출신 아내와 결혼한 이모(45)씨는 "북한 여성은 말도 통하고 피부색도 같아서 외국 여성과 결혼할 때 갖는 부담이 없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우리 이웃에 남남북녀 커플이 늘고 있다. 2006년 한두 곳에 불과했던 남남북녀 전문 결혼중개업체가 최근 10여곳 이상 성업 중인 것이 이를 방증한다. 매년 수백 쌍, 지금까지 최소 2000~3000쌍의 남남북녀 커플이 탄생했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서울발 르포를 통해 남남북녀 결혼 시장 이야기를 전했다. 지구촌에서 최고속으로 성장해온 자본주의사회에서 자란 남성들과, 최악의 폐쇄국가 출신 여성들간 만남은 그들의 눈에도 무척 이채로웠던 모양이다. 한 이불 아래 남북통일을 이룬 남남북녀들, 그 가교가 되고 있는 결혼 중개 시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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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탈북자 결혼 실태 / 남남북녀가 선호하는 스펙
    ◇거의 100%가 南男北女…北男南女 커플은 거의 없어

    현재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는 약 2만6000명. 그중 70%인 1만8000여명이 여성이다. 여성이 남성의 두 배가 넘는 성비(性比) 불균형이다. 탈북자단체 관계자들은 "남자와 달리 여성은 직장이나 군대 같은 상설화된 감시망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탈북이 상대적으로 쉽다"고 말했다.

    결혼 중개 시장에 나오는 탈북 여성은 거의 100%가 남한 남성을 원한다고 한다. '남남북녀 결혼정보업체' 홍승우 대표는 "탈북 남성을 원하는 탈북 여성은 1년에 1명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탈북 여성이 잘 통할 수 있는 북한 출신을 외면하고 남한 남성에만 눈길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생존(生存)' 때문이다. 강릉에서 네 살 위 남한 남성과 결혼해 살고 있는 김은하(31·가명)씨는 "남한 남자와의 결혼은 남한 사회에 빨리 적응하는 최고의 길이었다"고 말했다.

    10년 전이었다면 김씨는 지금처럼 수월하게 남편감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탈북 과정에서의 인신매매, 원치 않는 결혼 등 탈북 여성의 '과거'를 부담스러워하는 남한 남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혼중개업체인 '남남북녀 인연만들기' 박현정 대표는 "실제로 2009년만 해도 탈북 여성에 대한 남한 남자들의 거부감이 커서 커플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탈북 여성에 대한 남한 남성의 시각은 최근 몇 년 사이 탈북 여성들이 출연하는 TV 토크쇼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크게 달라졌다. 방송에 출연한 탈북 여성들의 미모, 언변, 활달한 성격, 세련된 패션 감각 덕분에 탈북 여성에 대한 완고한 선입관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탈북자의 30%를 차지하는 탈북 남성은 누구와 결혼할까. 한 결혼중개업체 관계자는 "탈북 남성은 중국 조선족 동포와 결혼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평양 출신 여성이 최고 인기"

    남남북녀 결혼중개업체들로선 여성 회원의 정확한 신상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탈북 여성의 경우는 국정원과 통일부가 꼼꼼히 신원 확인을 해 나이와 출신지, 북한에 두고 온 가족 등을 모두 호적에 기록하기 때문에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종합대학처럼 주요 대학은 졸업 여부도 통일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남남북녀 시장의 최고 '스펙'은 뭘까. 다른 조건이 같다면 북녀(北女)의 경우는 평양 출신 여성이 최고 인기라고 한다. 홍승우 대표는 "평양 말은 다른 지역 사투리에 비해 부드럽고 평양서 살았다는 것 자체가 좋은 출신 성분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평양 출신 탈북 여성은 매우 드물어서 '평양 출신 여성 회원이 있다더라'는 소문이 나면 남성 회원이 몰려온다고 한다. 전체적으론 중국과 인접한 함경북도 출신 여성이 70%쯤 된다. 함경도 여성은 강인한 생활력이 강점이다.

    탈북 여성이 최우선으로 보는 남남(南男)의 조건은 좋은 성격. 함경북도 출신인 김성숙(47·가명)씨는 "혼자 남한에 와서 배우고 의지할 데라곤 남편뿐이기 때문에 돈보다는 성격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南男 "아내 생활력 강해" 北女 "남편 자상…송금할 땐 눈치 보여"

    남한에서 나고 자란 남편들이 공통으로 꼽는 북녀 아내의 특징은 강인한 생활력이다. 수원에서 운송업을 하는 이모(45)씨는 2007년 함북 회령 출신의 아내(40)와 결혼한 뒤 주말 출근을 말리는 게 일이었다. 반도체 공장에 취직한 아내가 "휴일에 일하면 돈을 1.5배 더 받는다"며 주말에도 일하러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기 때문이다. 홍승우 대표는 "북한에서는 여자가 장마당에 가서 돈을 벌어 남편을 포함해 식구를 먹여 살리는 경우가 많다"며 "남한에서도 그런 근성이 발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출신 북녀 최혜인씨는 "북한에서는 내복 정도는 모르지만 속옷을 남편에게 보여주는 것도 민망해한다"며 "남한에서 결혼한 뒤 처음엔 신랑 앞에서 짧은 치마나 민소매 옷도 안 입었다"고 말했다.

    북한 출신 아내들은 남한 남편들이 북한 남자에 비해 자상하다고 말한다. 청진 출신 주정옥(39)씨는 "북한에서는 남편이 밥하거나 빨래할 때 거들어 주는 건 상상도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나 중국에 둔 가족들에게 송금(送金) 이야기를 꺼낼 때면, 북녀 아내들은 남편들이 멀게만 느껴진다고 한다. 포항에 사는 탈북 여성 A씨는 북한에 있는 여동생이 아파서 돈이 필요하다는 말을 브로커를 통해 들었다. 100만원을 보내려고 했지만, 남편이 "우리도 힘든데 안 보내면 안 되느냐"고 하는 바람에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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