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현대회화 100선] 빼곡히 찍었다, 자식에 대한 그리움

조선일보
  • 사석원·화가
    입력 2014.02.14 03:03

    [왜 名畵인가] [17] 이성자 '오작교'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전시회 로고 이미지
    밤하늘의 별인가. 파랗고 노랗고 불그스레한, 또는 하얀 점들이 80호 화면에 무수히 찍혀 있다. 셀 수가 없다. 은하수 같다. 그렇게 많은 점과 선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찍고 그었는지. 어찌 보면 이성자(李聖子·1918~2009)의 작품 '오작교'에 빽빽이 찍힌 점은 별이 아니라 눈물같이 보인다. 화가의 간절한 염원이 점마다 간직돼 있기 때문이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아들 셋을 둔 어머니였던 이성자는 자식들과 원치 않는 이별을 하고는 무일푼 단신이 되어 이국만리 프랑스로 떠나는 처절한 선택을 한다. 그녀 나이 서른넷. 살기 위해 몸부림쳤고 그러다가 예술을 만났다. 그중 추상미술에 매료됐다. 고국의 아름다운 기억들, 문양들, 어머니, 그리고 아! 아이들…. 그런 것들을 그리워하며 화폭에 담았다. "내가 한 번 붓질을 하면 아이들이 밥 한 숟가락을 더 먹을 것이다. 내가 좋은 붓질을 하면 애들이 건강하리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했다. 밤낮으로 그림을 안 하면 애들이 어찌 될까 불안하고, 애들이 보고 싶어 괴로웠다." 후일 들려준 애끓는 토로다. 15년 만에 잠시 귀국했다. 일곱 살 막내가 대학생 청년으로 자라 있다니! 모진 세월이었다 .

    이성자, ‘오작교’ 작품 사진
    이성자, ‘오작교’, 1965, 가로 114㎝ 세로 146㎝. /이성자기념사업회 소장

    1965년 9월 1일, 유화 37점, 판화 40점의 이성자 귀국전은 한국 미술계의 기념비적인 전시가 된다. 이 땅에서 열린 한국인 최초의 본격적인 대규모 추상화 개인전이었다. 대중에겐 충격이었고 미술인들은 경탄했다. 시인 조병화는 그때 작품 '오작교'를 보고는 이렇게 읊었다.

    "1년에 한 번 만나다 헤어지는 사랑을 위한 하늘의 다리/이것은 사랑하는 마음 사이에만 놓이는 동양의 다리다/그리움이여 너와 나의 다리여"

    [작품 보려면…]

    ▲3월 30일까지, 월요일은 휴관

    G>▲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관람료 성인 6000원(덕수궁 입장료 1000원 포함), 초·중·고생 3000원, www.koreanpainting.kr (02)318-5745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