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의원)가 지난 10일 2014년 2월 정례 회의를 열고 최근의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회의에는 조 위원장을 비롯, 김창완(가수), 황주리(화가), 윤장혁(화일전자 대표), 윤석민(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석우(카카오 공동대표), 김태수(동양 변호사), 김소미(용화여고 교사), 박지연(태평양 변호사) 위원 등이 참석했다.
-카드사 개인 정보 유출 사태 후 관련 문제점을 종합적이고 심층적으로 잘 분석·보도했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유출된 개인 정보가 시장에서는 거래가 안 된다고 했지만 개인 정보가 거래되고 있는 실태를 추적·취재해 정부 발표가 거짓이라는 것을 밝혀낸 것은 칭찬해주고 싶다. 이런 보도가 자칫 불안감을 조성해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유출 확인·대처는 어떻게’ ‘가입한 카드사별 대처법’ ‘개인 정보 유출 피해자가 꼭 알아야 할 정보 문답 풀이’ 등의 기사도 연일 함께 내보내 독자의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신용사회의 적들’ 시리즈 기사를 비롯해 카드사 개인 정보 유출 관련 기사에는 전반적으로 팩트 위주의 현장감이 살아 있다. 다만 1면 제목이 자극적이어서 걱정되는 면도 있다. ‘1500만명 信用정보 몽땅 털렸다’(1월 20일 A1면), ‘기업에 강탈당하는 당신의 情報’(1월 23일 A1면) 등이 그런 예다. 이번 사건은 카드사의 관리 부실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개인 정보를 업자들이 거래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 같은 게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 정보 유출 사태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에 분명히 책임이 있다. 두 기관이 국무총리 소속이라는 점에서 국무총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무총리가 취임 후 두 금융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적이 있는지,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해 한 번이라도 살펴본 적이 있는지 등을 취재·보도해야 했다. 개인 정보 보호에 관한 한 최고 컨트롤 타워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인데도 이번 사태에 대해 한마디 말이 없다. 이번에 발표한 종합대책도 과거에 나온 것을 재탕 삼탕해 허겁지겁 만든 것이다. 언론이 이런 문제점을 따끔하게 지적해야 한다.
-개인정보를 규정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의 법 체계를 들여다보면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가장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법 제도 자체에 구멍이 있다기 보다는 기업이나 개인의 인식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기업들은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약하고 개인들은 개인정보 같은 거는 유출되더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그런 경향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들도 계속적으로 이슈화해 개인정보는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중요한 자원이라는 사실을 각 개인에게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 기업에도 위반 시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인프라에 좀더 투자하도록 마인드 전환을 유도하는 그런 기사가 많아야 한다.
-'통일이 미래다'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좋다. 다만 2월 3일자 1면에 크게 실은, 관광객이 던져주는 빵을 줍기 위해 산에서 달려 내려오는 북한의 꽃제비 사진은 거부감이 느껴졌다. 북한의 노동신문이 서울역 앞 노숙자 모습을 계속 실으면 우리도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통일 문제일수록 자극적이지 않게 차분하고 지속적으로 보도해야 한다.
-지난 7일 서울고법이 쌍용차 해직 근로자들이 쌍용차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소송에서 근로자들에게 패소 판결을 한 1심을 깨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번 판결은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라 나름 비중 있게 보도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다음 날 신문을 찾아보니 A10면에 조그맣게 실렸다. 전에 쌍용차 노조원들의 거리 시위가 교통질서 혼란을 일으킨다며 크게 실은 것과는 많이 비교되었다.
-모창 가수 ‘너훈아’ 김갑순씨가 지난 1월 초 작고했다. 그 후 조선일보에는 ‘모창 가수 나운하가 추억하는 너훈아와 진짜 나훈아’(1월 18일), ‘최보식이 만난 사람-조용필 모창 가수 주용필’(1월 20일) 두 기사가 이틀 간격으로 크게 실렸다. 조선일보가 언제부터 이렇게 모창 가수에 관심이 많았지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비슷한 내용의 하이힐 기사도 열흘 사이에 ‘하이힐매력인가 고통인가’(1월 24일), ‘아파도 중독 13cm의 권력’(2월 5일) 제목으로 두 건이나 실렸다. 여성 연예인 에이미 관련 기사는 또 왜 이렇게 많나.
-'갈팡질팡 새 도로명 주소' 시리즈도 3회에 걸쳐 상세하게 잘 보도했다. 나는 도로명 주소가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도 납득할 수 없다고 한다. 서울시민도 70%가 자기집의 도로명 주소를 모른다고 한다. 택배시간도 전보다 더 들고 우편번호도 아직 지정이 안되어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도입 초기에 비판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양상훈 칼럼-식물 국회가 동물 국회보다 낫다'(2월 6일)는 모름지기 칼럼이라면 이런 것이어야 한다는 전형을 보여준 것 같다. 양 논설주간이 그 보름 전 쓴 '1년짜리 외교장관들이 통일을'(1월 15일)에서도 칼럼의 힘이 느껴졌다. '김영수의 경제포커스-가혹한 세금이 호랑이보다 무섭다'(1월 28일)에서는 '재활용 폐자원 매입 세액공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현장을 알지 못하는 조세 기술자의 탁상공론 정책의 맹점을 잘 비판했다.
-‘바다가 된 어멍(엄마) 그 이름, 海女’(1월 25일 Why면) 기사가 좋았다. 그 이유는 기자가 혼자 쓴 게 아니라 사진작가 준초이와 함께 쓴 협업기사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혼자 기사를 쓰려고 고집할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 작가, 기업인, 문화인들을 끌어들여 함께 기사를 쓰는 작업을 하면 더 좋은 기사가 나올 수도 있다.
-‘8종 교과서 읽고 충격, 오류·편향 이 정도라니’(1월 24일) 인터뷰 기사는 서남수 장관 개인의 생각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 시각은 다루지 않아 자칫 서 장관의 견해만이 옳은 것처럼 독자에게 비칠 수 있고 국정교과서라는 틀에서 획일적 교육을 여론화시키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한자 문맹 벗어나자’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일사불란, 명예훼손, 폐해 이런 것들도 한자를 모르면 적절하게 쓰기 어렵다는 기사에 공감했다. 특히 실용한자는 안 가르치고 고전 한문 중심의 교육과정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은 적절하다. 실용한자를 어떻게 더 배울 수 있는지, 교육과정은 어떻게 개편하는 게 적정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또 지금은 띄엄띄엄 나오는데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더 자주 정기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서울 휴가 와 2억원 쓰고 간 아르메니아 대통령'(1월 24일 사회면) 기사를 보면서 의료산업을 심층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의료영역을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0.01%의 우수한 아이들이 의과대에 가는 나라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3회 보도한 '귀한 손님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도 공감 가는 기사였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좋은 이미지를 갖고 돌아갈 수 있는데 관리를 못해서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남는다는 게 안타깝다. 우리나라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획기사다.
-‘발의 눈물로 쓰는 소치 드라마’(2월 3일)에서 보여준 우리 선수들의 발이 참 보기 좋았다. 이런 기사는 그동안에도 가끔 있었지만 볼 때마다 기분을 좋게 한다. 반면 ‘호날두 5년 만에 발롱도르賞, 2인자 설움 날려’(1월 15일) 기사는 사진을 너무 크게 실어 의아했다.
-‘무리한 세무조사 돌려준 稅金 8100억’(2월 6일 A1면)에서도 실상을 잘 설명했는데 현 정부 들어 세수가 부족하니까 외형이 2000억원 이상 기업은 거의 훑은 것 같다. 제일 심한 케이스가 같은 날 3면에 ‘5년 전 M&A(인수합병) 들춰내 300억 赤字 기업에 세금 57억 물려’ 제목으로 실렸다. 조선일보가 칼을 빼든 것 같아 반갑게 읽었다.
-‘公기업 62곳, 특혜 숨기려 勞使밀약’(2월 3일 A1면) 기사는 노사 간에 오래된 어떤 관행, 특히 공기업 사장의 책임감 없는 자세 때문에 생겨난 관행을 잘 지적했다. 304개 공공기관 公示 내용을 분석 취재한 것은 정말 대단하다. 취재하기가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다.
-‘걸어다니는 不法광고, 나는 피켓 알바맨’(1월 22일 사회면)은 인턴기자의 체험을 기사화한 것이다. 방송에서도 가끔 이런 식으로 보도한다. 알바 문제도 기자가 취재해서 보도하면 되지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수능 만점 '工神(공부의 신)'도 서울대·高大 떨어졌다, 왜?"(2월 6일 A2면)를 읽으면서 일반고 학생들은 수능 만점을 받고도 넘지 못할 벽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 의예과 수험생들은 상황극,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상황을 주면서 의사 자질, 적성, 사람을 대하는 법, 의사소통 능력 등을 본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런 교육을 접할 기회가 많은 특목고와 달리 일반고에서는 이런 수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면접 방식은 특목고에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면접관의 주관적인 잣대도 면접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수능 점수로 면접 단계까지 갔다고 해도 일반고 학생들이 1~2주만에 프레젠테이션, 상황극 등을 연습해서 대비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서울 가리봉동 외국인 노동자 전용 의원, 10년간 外國 노동자 40만명 구하다'(1월 21일 사회면) 기사를 보면, 병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2004년 3월 30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돈 없어 죽어가는 외국인 노동자 전용 병원을 만들자'는 기사였다는 대목이 있다. 당시 기사가 나가자 교회, 건설사, 독자,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이 나서 도움을 자처했다고 하는데 이런 사실은 조선일보가 맘껏 자랑해도 되는 훌륭한 일이다.
-‘북촌박물관 5곳 둘러보기-구불구불 한옥 골목길, 숨은 보석이 한가득’(1월 16일 문화면) 기사처럼 문화면은 대중친화적인 게 좋다. 기자들이 자기의 지식을 드러내기보다 대중이 가깝게 느끼도록 하는 그런 기사에 눈이 더 간다. ‘한땀 한땀 염 추기경 서임식 옷 짓는 수녀들’(2월 4일 문화면)도 그런 경우다. 이런 기사들이야말로 인터넷이 아닌 신문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軍부대 앞 24시간 장송곡 틀고 ‘떠나라 시위’”(1월 17일 사회면)를 읽으면서 장병들이 밤낮으로 29일 동안이나 시달렸다고 생각하니 안타깝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29일 동안 상엿소리가 밤낮없이 계속되었다는데 좀 더 일찍 알고 보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법무부가 마련 중인 상속법 개정안이 공개되자마자 조선일보는 상속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와 부작용들을 다양한 사례로 잘 전달했다. 덕분에 상속법 개정안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自筆 증서, 성명·주소·내용·날짜 적고 날인까지 해야’(1월 28일 A8면)에는 법적으로 효력을 인정받는 유언 5가지 방식을 유언장 예시와 함께 알기 쉽게 잘 소개해 비슷한 고민을 가진 독자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