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이 11일 분단 이후 65년 만에 처음으로 장관급 회담을 개최해 '상시적 소통 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1949년 국·공(국민당·공산당) 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이 대만으로 쫓겨간 이후 중국과 대만 당국이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장즈쥔(張志軍) 주임과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 왕위치(王郁琦) 주임은 이날 국민당 정부의 옛 수도였던 장쑤성 난징(南京)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고 신화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이 경제 통합을 넘어 정치 통합을 추진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의 왕위치(王郁琦·왼쪽) 주임위원이 11일(현지 시각) 중국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서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장즈쥔(張志軍) 주임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중국과 대만이 1949년 분단된 이후 65년 만에 처음 연 장관급 회담이다.

장즈쥔 주임은 이날 "상시 기구는 쌍방의 소통과 이해를 넓힐 뿐 아니라 양안 교류 속에서 돌발적으로 생기는 문제를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상시 기구의 성격은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양안은 대표부 격인 연락사무소 설치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 국가 관계에서 연락사무소는 사실상 외교 공관 역할을 한다. 장 주임은 또 대만을 방문해 달라는 왕 주임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는 양안이 당국 간 회담의 정례화를 시도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양안은 '당 대 당' 대화나 준(準)정부기구 간 접촉을 통해 경제·민간 교류를 넓히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양안의 협상 범위를 정치 분야까지 확대시킨 것이다. 이날 양안은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에 합의한 '1992년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정치적 상호 신뢰를 계속 증진시키기로 했다.

중국과 대만 매체는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역사적 순간' '신(新)이정표' 등의 표현을 썼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대만의 정치 변동과 관계 없이 양안 간 교류·협력을 유지하는 제도적 안전판을 만들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장즈쥔 주임은 "양안 관계가 (무력 충돌하던) 옛날로 되돌아가선 안 된다"고 했다.

양안은 첫 장관급 회담을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 간의 첫 양안 정상회담도 '물밑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마 총통이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 주석과 회동하기를 희망한다. 반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근거해 마잉주가 '총통' 신분으로 방중하는 것은 어렵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장즈쥔 주임은 이날 "양안 문제 해결에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안은 이번 회담에 이어 롄잔(連戰) 국민당 명예주석이 오는 17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나는 등 정치적 접촉 면을 계속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