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의사가 '전라도 섬노예' 관해 페북에 올린 글 보니…네티즌 '갑론을박'

입력 2014.02.08 15:14 | 수정 2014.02.22 13:50

남해 외딴 섬에 ‘염전 노예’로 팔려간 김모(40)씨가 지난 1월 창고를 개조한 숙소로 들어서고 있다. 한겨울인데도 구멍 난 양말에 슬리퍼 차림이다(붉은색 원). /서울 구로경찰서 제공
한 지방대 병원에서 근무 중인 현직 의사가 이른바 ‘전라도 섬노예’ 사건과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한 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글 속엔 해당 의사의 경험담과 그가 생각하는 ‘섬노예’ 현상 해결책 등이 담겨 있는데, 현재 온라인 상으로 일파만파 퍼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서울 구로경찰서는 장애가 있는 이들을 유인해 ‘염전 노예’로 삼은 혐의(영리약취 및 유인 등)로 직업소개소 직원인 고모(70)씨와, 염전 주인 홍모(48)씨를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온라인 상에서 이 사건은 이른바 ‘전라도 섬노예’ 사건으로 불리며 현재까지 큰 논란을 빚고 있다.

한 지방대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 중인 A씨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라도 섬노예’ 관련 기사를 링크한 뒤, “똑똑한 척 하면 재수없냐? 아니면 남자로서 지적매력이 돋냐(있어보이냐)? 부디 후자이길 빈다.ㅋㅋ”며 말문을 열었다.

한 지방대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 중인 A씨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페이스북 캡처
A씨는 장문의 글에서 자신이 27살이었던 당시 어느 외딴 섬의 보건지소장으로 근무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노예’제도는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하나의 질서일 뿐이었다”면서 “한국 사람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며 ‘개고기’를 먹듯, 그 곳 사람들은 ‘노예’를 부릴 뿐이었다”고 적었다.

또 A씨는 “노예들은 대부분 자유의지가 없다. 그들이 노예가 되었던 이유, 그리고 그들이 노예로 살았던 세월은 그들의 자유의지를 없앴다”면서 “조선시대 노비들이 신분제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처럼, 그들은 그들의 처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섬노예’들의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그들은 자신의 의지로 노예로 살기를 택했다. 최소한 먹을 것과 잠잘 곳은 제공되지 않던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노예들이 폭력과 구타로 감금당하고 일을 강요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그들은 중요한 생산도구이고, 구하기 어려운 인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경시대에 소는 재산목록 1호였다. 소중한 소를 때리고 병들게 할 농민은 없었다”며 “섬의 노예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 “염전 주인의 입장에서 그들을 박하게 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그들 사이의 계약이 일반적인 관점에서 굉장히 불합리하다는 것 뿐”이라고 적은 A씨는 “하지만 서로의 동의하에 일어난 계약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섬노예’들에 대해 “이들은 스스로 경제적인 활동을 해 낼 능력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렇기에 염전 주인을 포함한 섬 사람들의 인식은, 오히려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나가봐야 굶어죽거나, 범죄를 저질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킬 놈’이기에, 그런 인간들을 거둬주고 돌봐주고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A씨는 “실제로 이들 중 밖으로 나간 이들은 대부분 그러한 경과를 밟았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이들은 오히려 공익적인 일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전라도 섬노예' 사건 관련 MBC 뉴스 영상 캡처
이 같은 논의를 통해 ‘하나의 폐쇄된 집단은 자신만의 독특한 자생적 질서를 가진다’고 설명한 A씨는, 이어 “염전은 섬의 주요 산업이며, 섬의 경제를 유지하는 근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염전으로 인한 이득은 통상적인 인건비를 넘어서지 못한다. 노예를 싼값으로 부리지 못한다면 염전은 수익을 낼 수 없다”면서 “염전은 문을 닫아야 하고, 이는 섬 경제의 초토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섬노예’ 문제를 해결하는 본질적인 방법으로 ‘사회 전체적인 인권의식의 신장’과 ‘경제적인 발전’을 꼽고는 “이것만이 끊임없는 고리를 끊을 열쇠라고 생각한다”며 글을 맺었다.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현직 의사가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왜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렇게 당당한지, 이 글을 읽어보니 이해가 된다”, “섬노예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교정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오만한 발상 아니냐” 등의 반응이 쏟아진 것이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마냥 분노만 하지 말고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하자는 말 같다” 등의 반응도 보였다.

한편 해당 글을 쓴 A씨는 조선닷컴과 통화에서 “해당 글의 내용은 ‘섬’의 자생적 질서와 그로 인한 현상 등을 소개한 것일 뿐, 그것이 ‘옳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다”라며 “평소 내 생각을 잘 아는 지인들과 페이스북에서 나누려는 목적으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고 쓴 글이, 온라인 상에 퍼지면서 문제가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나는 과거 ‘섬노예’ 문제와 관련해 SBS에 제보도 한 바 있으며, 그로 인해 해당 내용이 방송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방송 이후에도 ‘섬노예’ 현상이 지속되는 걸 보고, ‘일회성 보도나 관심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이유와 해결책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이 글을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라도 섬노예 논란 보도” 관련 알림]
조선닷컴은 지난 2월 8일자 사회면 “전라도 섬노예 옹호?...네티즌 ‘갑론을박’” 제하의 기사에서 전남대병원에 근무중인 현직 의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섬노예 현상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올려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의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섬노예 현상을 비판하기 위해 문화상대주의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었으며, 해당 의사 역시 섬노예 현상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인 것으로 확인돼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다음은 A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해당 글 전문.

똑똑한 척 하면 재수없냐? 아니면 남자로서 지적매력이 돋냐?
부디 후자이길 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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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폐쇄된 집단은 자신만의 독특한 자생적 질서를 가진다. 이는 그 집단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외부의 자극이 없다는 전제하에 유지된다.

문화상대주의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서로 다른 집단의 자생적 질서를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한다. 하지만 안타깝지만 딱 거기까지다. 우리가 문화상대주의를 고려해야 할 부분은 다른 문화를 바라보는 자세에 국한되어야 한다.

흔히 문화라고 표현되는 이 자생적 질서는, 사실 문화마다 그 가치에 절대적인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모두가 옳다라고 할 수 없다. 역사는 진보하고, 인간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 인권이 억압된 구시대의 문화를 접한다면, 그들이 우리와 동등한 인간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함이 진정한 인도주의다.

상대주의란 그런 구시대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을 비난하지 말자는 것이지, 결코 그들의 문화이니 건드리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이해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끄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현재는 문화상대주의를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 모든 문화를 터치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것이 사실은 인간답지 못하게 살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얘기일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여기에는 어떤 불순한 의도가 끼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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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에 나는 어느 외딴 섬의 보건지소장으로 근무했다. 지소장 명함 덕분에 섬의 유력자들 모임에 낄 수 있었다. 파출소, 우체국, 농협등 기관장들의 모임이었다. 파출소장과도 친분이 쌓여 '노예'문제에 대해 말을 꺼낼 수 있었다. 하지만 코가 삐뚤어지게 밤새 술을 마시며 내가 들은 충고는, 현실을 내 생각으로 재단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열정으로 가득한 20대였고, 세상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실제로 '노예'를 부리고 있는 염전주인과도 친해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섬의 수 많은 일반 주민들과도 얘기를 했다. 심지어 내 진료실을 찾은 실제 '노예'들의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만난 누구도, 나쁜 사람은 없었다. 그 곳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노예'제도는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하나의 질서일 뿐이었다. 한국 사람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며 '개고기'를 먹듯, 그 곳 사람들은 '노예'를 부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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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기본은 경제력에서 나온다. 오늘 먹을 점심을 걱정해야 할 사람은 자유를 꿈 꿀 수 없다. 우리가 어떤 다른 문화에 참견할 수 없는 이유 또한 경제적인 부분에 있다.

그들의 문화에 손을 댄다는 것은, 그들 또한 우리만큼의 인권을 누리게 해줘야 함을 뜻한다. 어떤 문화를 보편적인 인권 차원에서 잘못되었음을 고치려 든다면, 보편적인 인권을 보장해 주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 기본은 주로 경제적인 것이다.

자생적 질서는 주어진 환경에서 수많은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다. 이는 그들의 일상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외부 자극에 의해 이 중 어느 하나가 부서진다면, 그들의 모든 삶은 엉망이 되고 만다.

염전은 섬의 주요 산업이다. 여기서 생산된 소금으로 섬에 돈이 유통된다. 이 돈이 섬의 경제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이 염전은 노동집약적이다. 염전으로 인한 이득은 통상적인 인건비를 넘어서지 못한다. 즉, 노예를 싼값으로 부리지 못한다면 염전은 수익을 낼 수 없다. 염전은 문을 닫아야 하고, 이는 섬 경제의 초토화로 이어진다.

노예제를 근절하려는 외부자극은, 섬의 톱니바퀴를 파괴한다. 그들 입장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이의 해결은 경제적인 대책밖에 없다. 이들이 다른 방식으로 경제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우리는 그것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 문화상대주의는 대부분 이렇게 해서 득세한다. 그들의 경제를 책임질 수 없기에, 우리는 그들 나름의 문화를 인정해야 한다는 변명을 댄다. 그리고 그들끼리 먹고 살도록 내버려둔다. 그들의 인권 보다 나의 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문화 상대주의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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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들은 대부분 자유의지가 없다. 그들이 노예가 되었던 이유, 그리고 그들이 노예로 살았던 세월은 그들의 자유의지를 없앴다. 조선시대 노비들이 신분제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처럼, 그들은 그들의 처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자신의 의지로 노예로 살기를 택했다. 최소한 먹을 것과 잠잘 곳은 제공되지 않던가!

대부분의 노예들이 폭력과 구타로 감금당하고 일을 강요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 그들은 중요한 생산도구이고, 구하기 어려운 인력이다. 농경시대에 소는 재산목록 1호였다. 소중한 소를 때리고 병들게 할 농민은 없었다. 섬의 노예들도 마찬가지다. 염전 주인의 입장에서 그들을 박하게 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그들 사이의 계약이 일반적인 관점에서 굉장히 불합리하다는 것 뿐. 하지만 서로의 동의하에 일어난 계약이기도 하다.

매달 받은 용돈을 수개월간 착실히 모아서, 육지에 나가 성매매를 하고 다시 돌아 온 한 노예도 있었다. 그는 얼마든지 그 신분에서 탈출 할 수 있지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그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이들은 스스로 경제적인 활동을 해 낼 능력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염전 주인을 포함한 섬 사람들의 인식은, 오히려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나가봐야 굶어죽거나, 범죄를 저질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킬 놈'이기에, 그런 인간들을 거둬주고 돌봐주고 있다고 여긴다. 실제로 이들 중 밖으로 나간 이들은 대부분 그러한 경과를 밟았다. 이런 관점에서 이들은 오히려 공익적인 일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즉, 이 문제를 접하고 분노만 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상호동의 하에 일어난 불합리한 계약의 문제. 또한 이 불합리로 인해 실제로 사회 전체에 이득을 생산하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생각의 차이. 이런 관점을 넘어서지 않는다면 그냥 싸구려 동정을 베푸는 것에 불과하다. 사회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사람들의 생각은 정말 다양하다. 물론 그것들이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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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이틀 된 문제도 아니고, 공권력 차원에서도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이유를 정리하면 이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노예 자신들이 자유의지를 가지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노예제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 따라서 스스로 교정의지가 없다.
- 이상이 내부적인 요인

섬 경제가 파탄 날 경우 그 경제적인 부분을 어떻게든 해결해줘야 한다.
이들이 대책없이 사회로 내보내질 경우 상당한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 이상이 외부적인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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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이것이 지속되고 있다. 이것에 대처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들만의 삶이 있는 것이라고, 문화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눈 감고 넘어가는 것이다. 실제로 이것은 비단 섬 노예 문제만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본질적인 방법은, 사회 전체적으로 인권의식의 신장 + 경제적인 발전. 이것만이 끊임없는 고리를 끊을 열쇠라고 생각한다. 원론적인 얘기밖에 할 수 없어서 안타깝다. 그렇지 않다면 섬 내부에서 혁명가적인 인간이 나타나든지, 아니면 외부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평생을 희생할 인간이 나타난다면 의외로 빨리 해결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지금과 같은 이런 일회적인 뉴스만 가지고는 변하지 않을게 틀림없다. 현실도 모르는 먹물들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 쯤으로 치부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흘러 한 두 세대가 더 교체된다면, 저절로 사라질 문제이기도 하다. (어차피 농어촌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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