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IT로 재능 나누는 공익 해커톤… 이젠 현실화된 아이디어가 나올 때

입력 2014.01.28 03:05 | 수정 2014.01.29 13:32

'공익 해커톤'의 오늘
소셜이노베이션캠프36… 3시간만에 참가자 모집 마감
지난 4년간 250여명 참여… 27개 아이디어 실제 서비스
작년 10월 '해피톤'의 경우 7개 아이디어 선정했지만 현재 '다누리' 한 개만 운영
"행사 이후 서비스 공개 등 체계적인 지원 필요"

"우리는 모든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직접 만들어보는 행사를 몇 개월마다 엽니다. 행사 마지막에는 모든 팀이 모여 만든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페이스북의 성공적인 서비스 중 많은 것이 이 행사를 통해 탄생했습니다. 타임라인, 채팅, 비디오 등이 여기에 포함되죠."

2012년,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기업공개를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쓴 편지 내용의 일부다. '모든 직원이 아이디어를 내놓고 함께 모여 결과물로 구현하는'해커톤(Hackathon·해커와 마라톤의 합성어) 운영이 성공의 원동력 중 하나였다는 그의 말은 곧바로 전 세계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2000년대 후반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에서 해커톤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해외에서는 IT를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소셜이노베이션캠프', 여성 IT 개발자들이 참여해 인권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드는 '여성을 위한 해커톤'(Hackathon for Women) 등 공익 목적의 해커톤 행사가 열리기 시작했다.

‘빅 캠프 포 에듀케이션’ 참가자들이 토의를 하고 있다.
‘빅 캠프 포 에듀케이션’ 참가자들이 토의를 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재능을 나누기 위한 IT 전문가들의 참여 줄이어… 공익 해커톤 행사는 '인산인해'

한국은 2010년 희망제작소가 다음세대재단, 해피빈재단과 함께 국내 최초의 공익 해커톤 '소셜이노베이션캠프36'을 개최했다. 최근에는 IT를 활용한 사회공헌이 주목받으면서 공익 해커톤 행사도 점차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SK이노베이션의 '해피톤',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의 '빅 캠프 포 에듀케이션(이하 빅캠프)', 하우투컴퍼니의 '소셜이노베이션캠프 서울' 등이 대표적이다. 이정인 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 연구원은 "나눔에 관심이 많은 IT 업계 종사자들이 재능기부에 참여하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행사의 초기 기획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IT 개발자들의 관심과 호응은 무척 높다. 소셜이노베이션캠프36은 작년 참가자 모집 공고를 올리자 단 3시간 만에 모집이 마감됐다. 지난 4년간의 참여 인원은 250여명에 달하며, 행사를 통해 데모 서비스로 구현된 아이디어는 27개에 이른다. 빅캠프에 참여한 인원도 2년 만에 200명을 돌파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쇼핑몰 구축업체 '파이언넷'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고선영(33)씨는 "재작년 페이스북에 올라온 행사 사진을 보고 참여를 결심했다"면서 "밤을 새우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사회를 이롭게 만드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함께 뭉친 참가자들의 열정을 볼 수 있어 매 순간이 즐거웠다"는 소감을 남겼다.

2013소셜이노베이션캠프36 행사전경.
2013소셜이노베이션캠프36 행사전경. / 소셜이노베이션캠프36 제공

◇밤을 새우며 만든 공익 프로그램, 사회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하다

공익 해커톤 행사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일부는 실제로 사회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2012년 열린 '공공데이터 캠프'에서 탄생한 '지켜보고 있다' 사이트가 대표적인 사례.

"서울시의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서울시 예산을 사람들이 보기 쉽게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당시 서울시 예산 사이트를 보면 22조원이 넘는 예산 중 내가 원하는 부분만 따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돈을 어떤 명목으로 사용했는지를 보기도 당연히 어려웠죠. 시의 예산이 하루 또는 주 단위로 어떻게 쓰이는지, 어느 부서에서 어떤 항목의 예산을 많이 집행하는지를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데모(Demo) 웹 사이트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네이버에서 근무하고 있는 개발자 이철혁(36)씨의 말이다. '지켜보고 있다' 사이트가 운영된 지 약 4개월 후, 서울시는 시의 재정 현황 데이터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제작에 활용 가능한 형식으로 만들어 온라인에 공개했다. 시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시의 예산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이씨는 "PC 수리나 교육 봉사활동을 넘어, 내가 가진 지식을 활용해 남을 돕는 하나의 기회"였다고 했다.

◇재능기부의 장을 넘어 실질적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고민도 점차 늘어나

한편 일부 참가자는 공익 해커톤 행사가 '이벤트성'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냈다. 작년 한 해 공익 해커톤 행사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의 수는 30개가 넘지만, 참가자들이 생업에 종사하거나 학업을 지속하다보니 창업팀을 제외하고는 시제품을 발전시키기 위한 후속 활동을 갖기가 어렵다. 이로 인해 결과물 상당수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 해피톤은 작년 10월 총 7개의 아이디어를 수상작으로 선정했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 참가자들의 사후 개발을 거쳐 정식 운영되는 웹 사이트나 앱은 다문화가정 정보 알림이 앱 '다누리' 하나에 불과하다.

"행사가 끝난 후, 프로그램을 조금 더 개발해 보자는 이야기를 꺼냈지만 활동이 쉽지 않았어요. 프로그램 보수 유지 비용이나 공간 대여료 등을 충당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고, 멤버들이 생업에 종사하다 보니 함께 모이는 시간조차 제대로 갖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작년 '소셜이노베이션캠프 서울'에서 젊은이들이 관심 분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진로 설계를 도와주는 앱 '빅 풋' 개발에 참여했던 채승우(32)씨가 말했다.

공익 해커톤 주최 측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이 많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작년 빅캠프에서는 결과로 구현된 서비스를 대중에 공개하는 데모데이(Demo-Day)를 열었다"면서 "이 외에도 행사에 참가한 학교 교사가 수업 시간에 앱을 사용해보면서 개선점을 찾아 후속 작업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이노베이션캠프36은 2012년부터 본 행사가 끝난 후 포스트 캠프(Post-Camp)를 열어 참가자들이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정인 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 연구원은 "공익 해커톤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이제야 막 첫발을 내디딘 시점"이라며 "참가자들의 활동이 실질적인 사회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 또는 기업의 체계적인 지원도 더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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