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냉소 속의 위로… 농담 속의 진지함

조선일보
  • 변희원 기자
    입력 2014.01.27 03:04

    인사이드 르윈

    포크 가수 밥 딜런(73)과 영화감독 조엘(60)·이던(57) 코엔 형제는 모두 미국 미네소타주 출신 유대인이다. 미국 대중문화의 전통을 이어받고도 전복적인 작품을 내놨다. 그 작품들은 냉소와 위로, 농담과 진지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딜런은 60년대 포크 전성기를 열었고, 포크를 사랑하는 코엔 형제는 그 시대를 영화로 만들었다. 이 정도면 딜런을 코엔 형제의 배다른 맏형이라고 해도 될 지경이다.

    코엔 형제 감독의 '인사이드 르윈(29일 개봉)'은 딜런의 노래처럼 떠도는 실패자를 이야기한다. 1960년대 초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활동하는 포크 가수 르윈 데이비스(오스카 아이삭)는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며 친구 집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그와 듀엣으로 활동하던 동료는 자살했고, 르윈의 솔로 앨범은 팔리지 않는다. 친구 짐 버키(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아내 진(캐리 멀리건)은 르윈의 아이를 뱄다고 말한다. 르윈의 인생은 세상의 불행과 불운을 똘똘 뭉쳐서 만든, 웃기 힘든 농담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가수 ‘르윈 데이비스’(사진)의 실제 모델은 포크가수 데이브 반 롱크다. 그가 낸 앨범 제목은 ‘인사이드 데이브 반 롱크’이며 그도 ‘Hang Me, Oh Hang Me’를 불렀다
    영화에 등장하는 가수 ‘르윈 데이비스’(사진)의 실제 모델은 포크가수 데이브 반 롱크다. 그가 낸 앨범 제목은 ‘인사이드 데이브 반 롱크’이며 그도 ‘Hang Me, Oh Hang Me’를 불렀다. /블루미지 제공
    여느 음악영화에서라면 르윈이 실력 있는 제작자를 만나 성공했겠지만, 코엔 형제는 그를 미로에서 헤매도록 내버려 둔다. 르윈은 얼떨결에 돌보게 된 고양이(그 이름도 하필 율리시스다)를 데리고 시카고로 오디션을 보러 가지만, "돈벌이가 안 될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삶은 별로 변한 게 없다. 단골 술집에서 르윈이 공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 영화는 같은 장면으로 끝난다. 영화가 시작할 때 르윈이 가졌던 의문은 끝날 때 답을 얻는다. 코엔 형제가 짓궂긴 해도, 야박하진 않다.

    르윈은 무대에서 "새롭지는 않지만 결코 나이 들지 않는 게 있다면, 그게 바로 포크"라고 한다. 음반으로 따로 들으면 별 감흥 없는 노래들이 담배 연기처럼 아스라한 60년대 배경 안에서 눈물처럼 반짝인다. 통기타에 오스카 아이삭의 목소리 하나 얹었을 뿐이다. 자살한 듀엣 파트너와 함께 노래했던 'Hang Me, Oh Hang Me'를 무대에서 무표정하게 부를 때나, 한때 뱃사람이었고 지금은 아들도 못 알아보는 아버지를 찾아가 'Shoals of Herring(청어 떼)'를 불러줄 때. 인생이 곧 예술과 겹쳐지는 순간이다.

    밥 딜런처럼 코엔 형제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해석에 열려 있는 동시에 저항한다. 100명의 관객이 이 영화에 대해 100가지 해석과 감상을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무명 밴드의 드러머라면 결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음악인의 삶에 가슴이 뜨거워질 테고, 입시에 낙방한 수험생이라면 나락에 떨어진 인간이 사람들과 교감하는 모습에서 위안을 얻을 것이다. 이 영화가 인간의 비루한 모습을 집요하게 관찰하는 냉철함과 실패자에게 농담 걸 줄 아는 따뜻함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전미비평가협회 올해의 영화상·감독상·남우주연상을 받았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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