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유재하(柳在夏·1962~ 1987)의 데뷔앨범이자 유작(遺作)인 '사랑하기 때문에'가 27년 만에 리마스터링을 거쳐 LP로 재발매됐다. 새 음반에는 유재하가 생전 녹음해 뒀던 돈 매클린 노래 '빈센트(Vincent)'가 수록돼 처음 공개됐다.
1000장 한정판으로 발매한 이 LP는 1987년 여름 발매된 초판의 마스터테이프를 손질하고 다시 마스터링한 뒤, 독일의 에밀베를리너 스튜디오에서 제작했다. 유족들이 보관하고 있던 마스터테이프는 그간 한 번도 재생되지 않아 함부로 다뤘다가는 음원이 손실될 수도 있었다. 제작사인 씨앤엘뮤직은 이 테이프를 섭씨 55도의 드라이 체임버(dry chamber)에서 전처리 과정을 거치고 며칠에 걸쳐 스튜디오 온도와 습도에 맞게 조절함으로써 사운드 손실을 막았다.
유재하 데뷔앨범 재킷은 두 가지가 있다. '담배꽁초 커버'라고 불리는 것이 먼저로, 재킷에 담배꽁초가 그려져 있고 유재하 사진이 없는 LP는 방송홍보용으로 1000장만 찍은 희귀반이다. 이번 음반은 유재하 사진과 '87. 夏'라는 글씨가 쓰인 판매용 LP 재킷을 썼다.
초판 마지막 곡인 소위 건전가요 '정화의 노래'가 빠지고 '빈센트'가 실렸다. 더는 유재하 LP에서 '사랑하기 때문에' 다음 곡으로 트럼펫 소리와 함께 "열리는 새 시대의 힘찬 발걸음/ 거리마다 직장마다 정화의 물결" 하고 우렁차게 노래하는 행진곡을 듣지 않아도 된다.
유재하의 '빈센트'는 발표할 계획 없이 가정용 기기로 녹음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절창(絶唱)의 가수는 아니었으나, 음성이 때로 갈라지고 밸런스도 잘 맞지 않는다. 씨앤엘뮤직 최우석 부장은 "최대한 밸런스를 잡고 노이즈를 제거할 수 있었으나 당시 목소리와 질감을 들려주는 쪽으로 마스터링을 했다"고 말했다.
한양대 작곡과 시절 이미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에서 키보드를 연주했던 유재하는 1987년 여름 작사·작곡·편곡을 모두 혼자 해낸 1집을 발표하고, 그해 11월 1일 교통사고로 숨졌다. 유작이 된 음반에서 '사랑하기 때문에'를 비롯하여, '가리워진 길', '지난 날', '우울한 편지', '우리들의 사랑' 등이 줄줄이 히트곡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