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른바 '부림(釜林)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이 지난 주말 10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변호인'은 맨 처음 '이 영화는 실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허구임을 알려 드립니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상고를 나온 판사 출신 송우석(송강호분) 변호사가 주인공이고, 12월 19일 개봉하면서 특정 정치적 목적이 있는 영화라는 문제 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12월 19일은 2002년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날이면서 2012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낙선한 날이기도 하다.

◇당시 판검사들 "'왜곡 영화' 왜 보나?"

영화 '변호인'의 실재 인물들은 "영화에서 사실과 달리 악의적으로 그려 불필요한 비난을 받는 등 손해를 입고 있다"고 말한다.

부림사건 피고인 22명 중 3명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렸던 서석구(70) 변호사는 '변호인'에서 등장한 재판장의 실재 인물로 알려졌다. 서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영화와는 달리 당시 피고인들에게 국보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면서 "그 무죄판결로 다음 인사 때 좌천당해 법복을 벗었다"고 말했다.

부림사건의 주임 검사였던 최병국(72) 전 국회의원도 "당시 관련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고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이 혁명투사라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은 또 "영화에서는 검찰이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불온서적으로 매도한 것처럼 그려졌지만, 이를 읽고 사상 학습을 한 부분을 기소한 것"이라며 "만약 책을 문제 삼았다면 찬양·고무죄가 아닌 이적표현물 소지죄로 기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검사로 참여했던 고영주(65) 변호사 역시 "핵심 피의자였던 이상록씨는 되레 '지금은 우리가 검사님한테 조사받고 있지만, 공산주의 사회가 오면 우리가 검사님을 심판할 것'이라고 했었다"며 "부림사건은 '공산주의 건설을 위한 의식화 교육 사건'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특정인을 미화하기 위한 뻔한 내용일 것 같아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다"고 했다.

◇"사실과 허구를 결합한 특정인 미화"

영화에서 주인공 송우석은 상고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짧은 판사 생활을 마치고 부산으로 내려와 세무 전문 변호사로 활약한다. 이 부분은 노 전 대통령의 경력과 일치한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단골 국밥집 아들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피의자의 고문 사실을 증언한 군의관의 존재 역시 허구다. 또 영화에서는 부림사건 관련자들에게 유죄가 선고되지만 실제로는 국보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가 선고됐다. 영화 말미에 송 변호사가 박종철 추모 시민대회(1987년 2월) 시위에 앞장섰다가 법정에 서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대우조선 노동자 사망 사건(1987년 6월)과 관련해 법정에 섰다.

'변호인'을 본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지나간 80년대 이야기라지만 관객들은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대해 요즘도 그럴 수 있다고 착각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한 대학생 관객은 "요즘 세상에 고문이 어디 있느냐. 70, 80년대 시대 상황을 이리저리 짜깁기한 내용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