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소속 경북 지역 의원 15명 중 11명이 15일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生家)를 찾았다. 민주당 소속 전남 지역 의원 10명 중 9명이 맞았다. 이들은 생가에 나무를 심고 하의도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한 뒤 오후에는 목포에 있는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도 방문했다. 경북 경산·청도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과 전남 목포가 지역구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대표 인사말에서 "동서 화합은 국민 대통합의 결정적 단초"라고 했다.
이들은 작년 말 경북·전남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 갈등을 조금이라도 낮춰보자며 만든 '동서화합포럼' 소속이다. 3월엔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할 예정이고, 2002년 시작돼 예산 부족 등으로 현재 공정률 60%에 머물고 있는 대구~광주 간 88고속도로 확장 공사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4년 한나라당은 '호남에 제2의 지역구 갖기 운동'을 시작했다. 김대중기념관 측이 작년 5월 개관을 앞두고 이명박 정권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을 이사로 영입한 것도 임 전 실장이 이때 목포시와 맺은 인연 때문이었다. 박근혜 대표도 2004년 말 서울 동교동으로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가 손을 잡았다. 앞서 1990년대 중반 김 전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이던 박근혜 대통령을 영입하려 한 적도 있었다.
작년 봄 김범일 대구시장과 강운태 광주시장은 하루씩 상호 교환 근무를 했다. 그날만은 김범일 광주시장, 강운태 대구시장이었다. 두 도시는 작년 연말 국회를 상대로 예산을 따내기 위한 공동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달구벌(대구)의 '달'과 빛고을(광주)의 '빛'을 따 '달빛동맹'이라 불렸다. 영호남 자치단체 간 자매결연, 시민단체 간 교류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선거가 다가오면 정쟁(政爭)에 묻히기 일쑤였다. '편중 인사' '예산 차별' 등을 주장하며 자기 지역 사람들을 자극해 표를 얻으려고 했다. 맞는 말보다는 작은 흠을 의도적으로 과장한 것이 대다수였다. 어제 하의도에 간 경북·전남 의원들이 다가오는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또 서로에 대한 증오(憎惡) 지수를 높이는 데 앞장선다면 모든 게 다 '쇼'일 뿐이다.
문제는 진심이고 실천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국민 대통합'을 내세웠으나 지금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국민은 별로 없다. 탕평(蕩平) 인사를 하겠다는 약속도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부친이 박정희 전 대통령인 박 대통령이 진심을 보이면 상대방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릴 수 있다. 이런 진심이 자꾸 교환되면 지역 갈등이 녹아내리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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