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은 70년 분단으로 희미해져 가는 남북 동질성을 회복하고 새로운 '한민족 문화'를 세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문화 교류를 통해 공통의 문화적 정체성을 세우는 동시에 분단 이후 각각 다른 방향으로 나갔던 양쪽 문화를 결합해 새로운 한류(韓流)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영정 연구위원은 "유·무형 문화재와 역사에서부터 자연환경까지 분단 이후 서로 접하지 못한 문화적 자산을 공유하면 남북 문화 통합의 기반을 조성하고, 새로운 한반도의 문화 지도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것은 남북 공동 역사 연구다.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의 유적·유물 발굴과 신화·전설·역사 연구를 통해서 그동안 단절됐던 민족 문화를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이 강조되는 영화·드라마·웹툰에서 북한은 새로운 소재를 발굴할 수 있는 영역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 북한의 자연환경이 영화·드라마 촬영의 신천지로 뜰 수도 있다. 영화 '광해'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 대표는 "역사나 신화, 전설을 현대적 스토리텔링과 융합한 콘텐츠들이 뜨고 있다"며 "통일 이후 북한 문화 연구는 상상력을 크게 확장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 문화계의 인적자원을 흡수하면 우리 문화계가 양적·질적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는 "북한의 교예단(서커스)이나 클래식 음악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집중적인 영재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기술적인 면에서 훌륭하다"며 "통일 이후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과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문화 인력이 풍부해질 것"이라고 했다.
문화적 통합 이상으로 기대되는 효과가 문화적 다양화다. 박 연구위원은 "통일 이후 개방된 사회에서는 서로의 문화가 부딪쳐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서로의 문화적 결핍을 보완할 수도 있다"며 "A와 B가 합쳐져 C라는 새로운 문화가 창조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통독 이후 독일 문화계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동독 출신 문인(文人)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얻을 수 없는 문화적 감수성을 발휘해 통일 이후 더욱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