成功 외치던 '경제 전도사'가 '성경 전도사'로 나선 까닭은

입력 2014.01.13 03:04 | 수정 2014.01.13 09:50

100권의 경제서 쓴 공병호씨
이번엔 성경 말씀 다룬 책 써… 은퇴 앞둔 중년 위해 펜 들다

"네가? 정말?"

'그'가 성경에 관한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친구들의 첫 반응은 이랬다. '그'와 성경은 도저히 어울려 보이지 않았기 때문. 그도 그럴 것이 '그'는 100권에 이르는 자기계발서와 경제관련서를 통해 "위 캔 두 잇!(We can do it!)"이라며 부와 성공을 설파해온 공병호(54·공병호경영연구소장)씨다. '시장경제 전도사' '자기계발 전도사'로 불린 공씨는 최근 자신의 107번째 저서를 통해 '~의'라는 수식을 뗀 '진짜 전도사'를 자처하며 핸들을 확 꺾었다. '공병호의 성경공부(21세기북스)'다.

책은 신·구약 성경에서 골라낸 50여 구절을 주제로 자신이 묵상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제들은 '불안' '분노' '어려움' '외로움' '피곤' '상처' '방황' '두려움' '위기' '실망' '고통' '죽음'….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며 겪는 난관들이다. 과거 TV 토론에서 상대를 넉다운시키던 공씨의 매서운 눈빛과 단단한 논리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누구든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는 나의 주장이 틀릴 수도 있음에 대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두어야 한다(139쪽)"며 '겸손'을 강조하는 그의 변화에 어리둥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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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공부 책을 펴낸 공병호씨는 “저도 ‘머리 좋은 사람’ ‘좋은 교육받은 사람’을 보면서 좌절한 적이 있었다”며 “과거엔 인간적 노력으로 좌절을 극복하려 했다면 신앙을 가진 후로는 하나님께 다 맡기고 나니 늘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자기개발과 경제 평론 관련 저서를 주로 써온 공병호씨가 성경과 신앙을 주제로 한 책을 새로 냈다. 10일 오전 공씨가 서울 가양동 자택에서 107번째 자신의 저술을 소개했다./ 이덕훈 기자
평소 네 종류의 다이어리를 쓰며 일정을 꼼꼼히 계획·관리하는 '플랜맨(plan man)' 공씨에게 신앙과 성경 공부는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10일 서울 강서구 자택 겸 집필실에서 만난 공씨는 "젊을 땐 노력하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더 많이 갖고, 더 출세하고…. 하지만 나이 50을 넘기면서 진리에 대한 갈급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진리'에 대한 갈증 때문에 전공인 경제학을 접어두고 얼마 전부터 서양 문명의 뿌리인 그리스 철학을 공부하고 책도 여러 권 냈지만 지식이 아닌 지혜에 대해선 더 배고팠다. 그러다 1년 반 전쯤 부인이 채소를 다듬으며 틀어놓은 동영상 설교에서 한 목회자가 던진 "인간은 왜 행복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서 뭔가 특별한 느낌이 왔다. 그 길로 성경을 펴들었다.

하지만 '공병호식 집요함의 공부 버릇'은 못 버렸다. 가설을 세우고 투자를 하듯 그는 먼저 인터넷으로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 동영상을 내려받아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들었고 교회도 이곳저곳 다녔다. 기도 역시 주제를 정하고 서론, 본론, 결론을 구성하고, 이튿날 새벽 3시 반쯤 일어나 40분짜리 알람을 맞춰놓고 기도한다.

공씨는 책까지 쓰게 된 데 대해 "은퇴를 앞둔 중년을 위해서 용기를 냈다"고 했다. "은퇴 후에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경제력과 함께 지적(知的)·육체적 인프라뿐 아니라 영적(靈的) 인프라도 필수입니다. 제가 실용서 전문 아닙니까? 평신도 입장에서 오히려 성경 말씀을 더 쉽고 귀에 쏙쏙 들어오게 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간 100종이 넘는 책을 출간했지만 공씨는 이 책으로 난생처음 서점의 '종교' 코너에 데뷔한다. 출판사 관계자는 "고민이 많았으나 우선 종교서적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공씨의 독자층이 두터운 자기계발서로도 홍보를 병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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