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가까이 끌어온 한·미 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12일 타결됐다. 한국이 올해 지불할 방위비 분담금은 지난해 8695억원보다 5.8% 늘어난 9200억원으로 확정됐다. 한국은 2018년까지 매년 소비자물가 인상률만큼 오른 분담금을 미측에 지불하게 된다.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이 처음 시작된 1991년 당시 한국의 부담금은 1073억원이었다. 한국의 부담 몫은 23년 만에 9배가량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2017년쯤 1조원을 넘게 된다. 미측은 이번 협상에서 일본이 주일(駐日)미군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는 것처럼 세계 무역 8위 국가로 성장한 한국 역시 부담 비율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현재 한국의 방위비 분담 비율은 42% 정도다.
주한미군은 한·미 안보 동맹의 상징이자 가장 확실한 대북 억지(抑止) 전력이다. 국방연구원의 2011년 분석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보유한 전차와 전투기 등 장비 가격은 20조~30조원에 이르고, 주한미군 전력(戰力)을 우리가 대체하려면 23조~26조원의 국방비가 추가로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막대한 재정 적자 때문에 아시아 전략의 상당 부분을 일본에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경제적 부담도 추가로 떠안지 않으려 하면 한·미·일 3각 안보 동맹 및 대북 정책, 동북아 안보 전략 등에서 한국의 주장을 제대로 펴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주한미군 비용 분담 문제는 단지 비용 부담만 볼 게 아니라 국제 정치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우리가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분담금 운용 및 회계 분야의 투명성이 높아졌는지는 의문이다. 한·미가 이번에 국회 보고 및 감독 절차를 강화하는 등 일부 보완을 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미군이 이를 따르게 할 강제 수단이 충분치 않다. 미측은 수년간 우리가 준 분담금 7100여억원을 쓰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는 한동안 이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한다. 이런 일이 되풀이될 경우 방위비 분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미 모두가 주한미군 분담금 운영 과정에서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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