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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S&P 500 지수 예측 틀리면 말고!?무책임한 이코노미스트·투자전략가들

  • 영주 닐슨 퀀타비움캐피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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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1.09 10:52 | 수정 : 2014.01.09 10:58

    
	[주간조선] S&P 500 지수 예측 틀리면 말고!?무책임한 이코노미스트·투자전략가들

    필자가 월스트리트 투자가로 살아온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과 특별한 연을 맺지는 못했다. 한국 사람과 이야기할 기회도 거의 없었고, 가끔 한국을 방문해도 가족을 아주 짧은 시간 만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게 전부였다. 물론 한국에서 일해 보거나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현실화되진 못했다.

    사람들은 현실화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동경이 많다. 필자 역시 ‘왠지 한국에 있었으면 더 따뜻하고 아늑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이 생각에 조금 변화가 생겼다. 필자는 약 1년 전쯤 한국에서 책을 썼다. 그리고 주간조선에 칼럼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바로 필자가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더이고, 금융에 몸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필자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사람들은 0.01%도 안 될 극소수다.

    중년의 나이라 해도 필자는 여자다. 필자의 외모, 책에 삽입된 프로파일 사진에 대한 혹평까지 아무렇지 않게 쏟아내는 사람들을 접하다 보면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특별한 잘못도 없는데 단지 월스트리트 금융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누군가로부터 미움을 받아야 한다는 건 참 억울한 일이다.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금융인과 금융가를 좋아하는 사회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금융권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이 미움받고 있다는 것을 억울해 하는 필자조차 같은 금융인들 중에서 미워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필자가 미워하는 이들은 월스트리트의 이코노미스트나 투자전략가들이다. 월스트리트에서 이코노미스트와 투자전략가들은 ‘경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변하는 경제 상황에서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측하는 일을 한다.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금융인 대부분은 미국 사회에서 엘리트로 꼽힌다. 더욱이 월스트리트의 이코노미스트와 투자전략가들은 월스트리트의 엘리트 중에서도 최고의 엘리트다. 이들 대부분은 하버드와 예일 등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미국 유명 사립 대학교 석·박사 출신으로, 유명 글로벌 투자은행이나 국제 경제 기구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다. 이들의 일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이렇다. ‘경제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각종 정보와 통계를 수집해 이를 경제 모형(Economic model)에 대입시킨다. 경제 모형들은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경제라는 건 과학이나 공학처럼 모든 변수의 통제가 가능한 실험실 안에서 결과를 구해내는 게 아니다. 엄청나게 많은 변수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변한다. 때문에 경제를 예측한다고 했을 때, 과학이나 공학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정확도가 떨어진다. 이런데도 사람들은 이코노미스트들이 내놓는 경제 예측이 아주 과학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경제 예측은 과학이라기보다 예술에 가까운 과정들이 더해진 것인데 말이다.

    2000년대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이슈를 꼽으면 ‘2008년 금융위기’가 있다.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렸던 2008년의 금융위기에 대해 소수의 월스트리트 이코노미스트들과 투자전략가들이 경고하기는 했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공동설립자이자 경제학자인 딘 베이커(Dean Baker),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 유로퍼시픽캐피털 CEO인 피터 쉬프(Peter Schiff), 오펜하이머펀드 애널리스트였던 메러디스 위트니(Meredith Whitney)가 그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과 투자전략가들은 금융위기가 벌어질 것으로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들도 2008년 금융위기 전혀 예측 못해

    뭐, 월스트리트의 이코노미스트나 투자전략가들만 당시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였다고 흉볼 일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의 사람들 대부분이 이를 예측하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들조차 당시 상황을 오판하고 있었다. 세계적 투자 대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를 보자. 그는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온 주범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지기 직전인 2008년 2분기에 이 회사 주식 947만주를 사들였다. 소로스가 리먼브라더스의 주식을 사자마자 이 회사가 붕괴한 것이다. 소로스의 정확한 손실이 얼마인지 언론에 알려진 적은 없지만 당시 최대 4억3000만달러까지 잃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떠돌았다.

    워런 버핏도 다르지 않다. 2010년 버핏은 ‘금융위기 조사위원회(FCIC)’에서 “아무도 하우징 버블이 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잘못된 예측과 분석을 내놨던 무디스 등의 신용등급평가사들을 옹호하였다. 미국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지낸 벤 버냉키(Ben Bernanke)다. 그 역시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해 심각성을 정확히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2008년 1월 2일자 미국 신문 USA투데이는 주요 월스트리트 투자 회사의 이코노미스트와 투자전략가들의 2008년 말 ‘S&P 500’의 예상치를 보도했다. 가장 낙관적 예측을 한 이는 1680포인트까지 갈 것으로 내다본 스트래티거스 리서치 파트너스의 제이슨 트렌너트(Jason Trennert)다. 반면 가장 비관적으로 예측한 이는 1520포인트를 제시한 모건스탠리의 애브하지트 차크라보티(Abhijit Chakrabortti)였다. 당시 골드만삭스와 씨티의 수석투자전략가인 애비 조셉 코언(Abby Joseph Cohen)과 토비어스 레브코비치(Tobias Levkovich)는 1675포인트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톰 맥마누스(Tom McManus)는 1625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당시 거의 모든 월스트리트 주요 투자은행의 S&P 500 지수 예측이 완전히 틀렸다. 2008년 12월 31일의 실제 S&P지수는 903포인트였다.

    2008 금융위기, 또 현실과 전혀 달랐던 당시의 지수 예측은 월스트리트의 이코노미스트와 투자전략가, 경제학자 등 시장을 예측하는 이들에 대한 미국인의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그런데 필자가 이들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예측이 틀려서도, 2008년의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해서도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월스트리트의 이코노미스트나 투자전략가들은 자신들의 예측을 항상 조정·변경한다. 예를 들면 1월 초 1500포인트로 예측한 S&P 500 지수가 2월쯤 실제 1450포인트가 됐다면 예측치를 1600포인트로 올리는 것이다. 또 실제 지수가 1400포인트가 됐다면 1450포인트로 낮추는 식이다. 2013년 S&P 500 예상 지수를 예로 들어 보자.

    주요 투자은행이 내놓은 ‘2012년 말 S&P 500 예상 지수’ 중 최고점은 1615포인트, 최하점은 1390포인트였다. 그런데 2013년 3월 26일에는 최고점이 1760포인트로 바뀌어 있었다. 이날 S&P 500 지수는 1563포인트였다. 세 달 후인 6월 25일의 최고점은 그대로였지만 최저점이 1425포인트로 조정돼 있었다. 이날 S&P 500지수가 1588포인트였다.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이를 반영해 예상지수를 바꾸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처음 예측한 주가지수가 사실 예측 가능한 미래의 시장 변화와는 상관없이 나온다는 것이다. 또 주가지수의 조정·변경 역시 미래의 시장과 경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지수를 바꾸는 그 시점의 상태만 반영한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필자의 개인적 느낌일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필자는 자신의 잘못된 시장 예측을 인정하는 월스트리트의 이코노미스트나 투자전략가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간혹 몇몇 언론이 월스트리트 투자전략가들의 틀린 시장 예측을 비판하기도 한다. 2013년 10월 31일, 영국의 유력 매체인 파이낸셜타임스가 “월스트리트의 투자전략가들의 예측은 겨울날 장작불을 붙이는 불쏘시개로 쓰는 데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비꼴 정도다.

    반면 펀드매니저들은 투자 실수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 월스트리트 이코노미스트와 투자전략가들은 자신들이 내놓은 시장 예측과 예상 지수가 완전히 틀렸을 때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이가 없다. 사과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이유다.

    필자가 월스트리트 이코노미스트와 투자전략가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신기하게도 10개가 넘는 월스트리트의 주요 투자 은행들의 예측이 늘 서로 짠 듯 너무 비슷하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주요 투자 은행들은 2013년 초 S&P 500 지수를 1390포인트에서 1615포인트까지 예측했다.<표 참조> 평균은 1534포인트였다. 그런데 2013년 12월 둘째 주, S&P 500 지수는 1800포인트를 넘어섰다. 모두 틀렸다. 그것도 최대 400포인트 이상 틀렸다. 백번 양보해, 큰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서로 다른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투자전략가들이 거의 비슷한 예측치를 제시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1년 동안의 S&P 500 예상 지수를 예로 들긴 했지만, 이렇게 잘못된 시장 예측은 매달 변하는 ‘경제 지표 예측’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과거 필자가 쓴 글(2013년 4월 15일자)의 주제였던 ‘비농업 부문의 미국 임금 산업계 종사자 통계(Non Farm Payroll)’를 보자. 이 지수는 미국 경제 예측과 투자에 있어 그 어떤 지표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월스트리트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금융기관과 투자사(社), 이코노미스트들이 매달 이 지수의 예상치를 내놓고 있다.

    ◇ 이코노미스트나 투자전략가들의 시장예측 보고 실제로 투자하는 펀드매니저는 없어

    2003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총 129개월 동안 매달 약 70~100개의 전 세계 주요 금융사 이코노미스트들이 ‘비농업 부문의 미국 임금 산업계 종사자 통계’ 예상 지수를 내놨다. 그런데 지난 129개월 중 가장 낮은 지수를 내놓은 이코노미스트의 예측치보다 실제 지수가 낮게 나온 경우가 26개월, 가장 높은 지수를 예측한 이코노미스트의 예측치보다 실제 지수가 높게 나온 경우가 13개월이었다. 틀린 정도 등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하지만 총 129개월 중 단 한 명의 이코노미스트도 제대로 된 예측을 못한 기간이 무려 39개월에 이른다.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이 항상 비슷한 예측을 내놨기 때문이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비슷한 경제 모형, 비슷한 생각을 갖고 예측치를 내놓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대부분의 투자전략가들이 다른 투자전략가와 예상 수치를 비슷하게 내놓는다면, 설령 그 예측이 틀렸다 해도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자기 혼자 바보처럼 보일 가능성이 적다는 사실이다. 결국 일종의 비난으로부터 안전한 보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이들의 리포트를 읽지 않는 것일까. 아이러니컬하게도 필자는 매일 아침 유럽과 미국, 매일 저녁 아시아 시장 관련 주요 투자 은행들의 리포트를 읽는다. 외부 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아이의 태권도 발표회를 기다리면서도 읽는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거래하는 투자 은행으로부터 매일, 매주, 매달 리포트를 받는다. 그리고 이 리포트를 읽기 위해 아주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때때로 몇몇 이코노미스트와 투자전략가들이 정확하고 명확하게 시장 예측 근거를 밝힐 때가 있다. 그 경우라면 설령 예측이 틀린다 해도 그 같은 시장 예측이 나오게 된 경제 상황과 시장 배경을 이해할 수 있어 투자 활동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이코노미스트나 투자전략가들이 내놓는 시장 예측을 보고 그것에 따라 실제로 투자하는 월스트리트의 펀드매니저는 있을까. 또 그런 펀드매니저에게 돈을 맡기는 투자자는 있을까. 답은 분명하다. ‘없다’이다.

    벤 버냉키 의장이 2013년 프린스턴대학의 졸업식에 초청돼 한 말이다. 그는 유명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인 그레고리 맨큐의 말을 인용해 “경제학은 정책자들이 자신들의 과거 잘못된 선택이 왜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하지만 미래에 대해선 그다지…”라고 했다.

    필자가 새해부터 이코노미스트나 투자전략가들을 코너로 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새해 이들이 내놓고 있는 시장 예측에 귀를 기울이는 독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주고 있을 수도 있다. 남의 말을 듣는 데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들은 필자와 같이 돈을 만지는 투자가들이다. 특히 세상에 알려진 투자가들이나 펀드매니저들은 더욱 그렇다.

    이코노미스트와 투자전략가들은 끊임없이 시장을 분석·예측해 예상 지수를 내놓는다. 문제는 이것이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 또 얼마나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느냐이다. 세계 경제와 투자 시장의 중심인 뉴욕 월스트리트는 물론이고, 누구에게라도 해당하는 말이 있다. ‘투자는 남의 말을 듣고 무조건 따라서 하는 것이 아니다’란 것이다. 여기저기서 2014년 시장과 경제에 대한 예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떤 예상 수치들이 나오는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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