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속도 붙나, 국제 경쟁입찰 통해 핵심기술을 확보하라

입력 2014.01.05 09:07 | 수정 2014.01.05 20:02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내놓은 한국형 전투기 모형.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내놓은 한국형 전투기 모형.
추락 위기에 놓였던 한국형 전투기(KFX·Korea Fighter eXperimental) 개발 사업이 비상할 기회를 잡았다. 2013년 11월 22일 군(軍)은 최윤희(崔潤喜) 합참의장 주재로 합동참모회의를 열어, 스텔스 성능과 전자전 능력을 보유한 차기 전투기 도입을 결정함으로써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인 F-35A로 기종이 사실상 결정됐다.

이와 함께 합참은 KFX 개발 사업을 국방중기계획 소요로 전환함으로써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합참은 KFX 개발 사업을 위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체계개발(본개발) 기본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의결을 거쳐 사업을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KFX는 퇴역할 F-16을 대체할 수 있는 전투기를 개발, 확보하는 사업이다. 차기 전투기(FX) 도입 사업에서 하이급 스텔스기 40대를 우선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KFX에선 공군의 주력기에 적합한 미디엄급 성능을 가진 전투기를 개발해야 한다.

군은 2022년쯤 KFX 개발을 끝내고 2023년부터 전력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우선 FX 사업으로 60대의 고성능 전투기를 도입해 전력 공백을 메운 뒤, 나머지 부족한 전투기는 중간 수준의 성능을 갖는 국산 전투기를 개발해 2030년대까지 120대가량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KFX 사업은 노무현(盧武鉉) 정부 때 세 번의 타당성 조사를 했지만 번번이 미흡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명박(李明博)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개발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KFX 탐색개발을 수행했다. 이어 KFX 체계개발로 가야 했지만 2013년 타당성 조사를 다시 하면서 또다시 1년을 허비했다.

장조원(張曺元) 한국항공대 교수는 “과거 공군은 국산 전투기 개발에 소극적이었지만, 지금은 적극 찬성하고 있다”면서 “공군은 기본훈련기인 KT-1과 고등훈련기인 T-50을 운용해 온 사용자로서 우리의 항공기 개발능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투기를 국내 개발하는 경우, 개조 개발이 용이하고 군수지원이 유리하며, 운영비용이 절감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CADIZ 대응 위해 KFX 개발 서둘러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일고 있는 동북아 지역은 항공전력의 각축장이다. 독도와 이어도 등 동북아에서 영토문제가 부각됨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국의 KFX 사업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충고한다.

건국대 무기체계개념계발응용연구소 신보현(申保鉉) 소장(예비역 공군 소장)은 “중국은 자국산 스텔스기인 J-20과 J-31을 시험 비행 중에 있고, J-20은 2017~2019년, J-31은 2020년 이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일본도 2007년 스텔스기 개발을 발표한 이래 신신 전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 왔고, 내년 3월 F-22 랩터를 형상화한 신신 전투기(24DMU·모델명)를 시험 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 소장은 “이어도 문제 등 대북 대응능력을 넘어 러시아, 중국, 일본 등과의 동북아 지역분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면 KFX 개발을 서두르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독자적 능력 갖추려면 특수임무를 띠는 F-35와 같은 스텔스기를 보유하는 한편, 평시임무에 특화된 4세대 전투기를 대량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KF-16 업그레이드도 1개 대대씩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F-4팬텀과 FA-50으로는 주변국의 첨단 하이급 전투기를 밀어낼 수 없다”면서 “밀어내기 임무에 특화된 KFX 미들급 전투기가 상당수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KFX 사업은 예산, 기술력 확보, 해외 파트너 선정 등에서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KFX 사업은 오랜 기간 동안 검토와 재검토를 거듭해 오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그만큼 고려요소도 많고 위험부담도 많은 사업이라는 방증이다.

2011년부터 2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500억원을 투입해 KFX에 대한 탐색개발을 수행했다. 2012년 말 ADD가 탐색개발 결과를 발표하자,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예산, 국내 기술 수준, 해외시장 개척, 해외 기술 협력, 개발 항공기의 요구성능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가운데 예산과 해외수출 문제 등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들을 제외하고 항공기의 요구성능, 개발방안, 해외 기술 협력 문제 등은 국방부와 방사청이 주도적으로 나서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전문가들은 개발 항공기의 작전요구성능(ROC) 문제는 공군에서 제시하고, 합참에서 검토 승인한 것을 우선적으로 존중해야만 한다고 지적한다. 전쟁에서 전투기를 몰고 승리해야 할 일차적 책임이 있는 부서가 공군과 합참이다. 따라서 합참과 공군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KFX 사업과 관련, 이른바 ‘춘추전국시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개발 형상과 개발 방안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놓고 국방부 산하의 2개 기관과 제작업체가 서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형국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즉 연구개발 기관인 ADD, 비용 대 효과(cost effectiveness)를 분석하는 KIDA,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세 기관이 각각 다른 형상을 내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2013년 9월 24일 방추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차기 전투기(FX) 기종 결정을 재검토하기로 하는 한편,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중기계획 사업으로 정해 조속히 추진키로 했다. 위원회 위원장인 김관진 국방장관이 안건을 상정하는 모습.
2013년 9월 24일 방추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차기 전투기(FX) 기종 결정을 재검토하기로 하는 한편,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중기계획 사업으로 정해 조속히 추진키로 했다. 위원회 위원장인 김관진 국방장관이 안건을 상정하는 모습.
◇ 예산문제는 본질 아니다

전문가들은 KFX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공군의 전력증강’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호근(張浩根) 예비역 공군 소장은 “KFX 사업은 합참과 공군이 요구하는 작전요구성능을 충족하는 비행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정부 기관들과 업체들이 예산을 줄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놓는 상황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혹자는 국내 기술 수준을 고려해 군의 작전요구성능을 하향 조정해 국내 기술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중급) 전투기를 먼저 개발하고 이어서 고성능 전투기를 개발하자는 의견이 있으나 이는 주객이 전도된 주장”이라면서 “우리의 영공(領空)을 방위하기 위한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이 KFX 사업의 주목적이고, 항공산업 발전은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얻어지는 부수적인 효과”라고 잘라 말했다.

지금부터 KFX 전투기를 개발한다고 가정을 해도 2020년대 중반에 가서야 새로 개발된 항공기가 공군작전에 투입될 것이다. 이 항공기는 20년 내지 30년을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2050년대까지 40년간 우리의 영공을 지켜야 하는 항공기다. 따라서 2020년 이후 2050년대까지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을 고려한 전투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최소한 공군과 합참에서 제기한 ROC를 충족하는 ‘F-16 플러스 알파’에 해당하는 비행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향후 30~40년 쓰려면 ROC를 높여도 시원치 않은데 기술 수준이 약하니 리스크가 많아 ROC를 낮추라고 한다. 그러려면 차라리 KFX 사업을 접는 편이 낫다”면서 “탐색개발 단계에서 협력을 모색했던 터키도 최근 들어 국산 전투기 개발 사업의 ROC를 F-35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였다”고 했다.

그는 또 “터키는 예전 한국과 ADD 차원에서 공동개발을 모색하다 중단한 적이 있다”며 “만약 터키와 한국이 KFX를 공동으로 개발하면 예산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하나의 솔루션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무기체계 개발단계가 통상 본격 개발을 하기 전에 탐색개발(EMD)을 통해 ROC를 정하고 가능성을 체크한 다음, 체계개발(FSD) 단계로 넘어간다”며 “최근 방사청은 2년간 200억을 투입하는 ‘예비 체계개발(Pre-EMD·Preliminary Engineering and Manufacturing Development)’이라는 단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청이 KFX 사업을 죽일 수는 없고 체계개발 업체로 선정된 KAI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벌기용 궁여지책을 쓴 것 같다”며 “공군 입장에서는 2014년 당장 체계개발에 들어가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소위 ‘예비 체계개발’이라는 단계까지 만든다면, 도대체 국산 전투기는 언제 전력화시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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