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자살한 아버지와 7세 年上 흑인 동성애자 부인을 둔 美 뉴욕시장

입력 2014.01.03 07:18 | 수정 2014.01.0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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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드블라지오 시장 /뉴시스
민주당 텃밭인 뉴욕시에서 20년 만에 민주당 시장으로 당선된 드블라지오는 이날 취임사에서 “뉴욕은 (소득) 상위 1%만의 독점적 공간이 아니다”며 강력한 분배 개선 정책에 나설 뜻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시장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 빌 드블라지오(52)가 이달 1일 낮 12시(현지 시간) 시장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맨해튼 남쪽의 뉴욕 시청 계단에서 열린 이날 취임식에서 드블라지오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취임식에 참석했다.

드블라지오는 클린턴 부부와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주택도시개발부 국장을 지냈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00년 뉴욕주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도 핵심 참모로 활동했다.

독일계 아버지와 이탈리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드블라지오는 인생 역정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다. 그는 여덟 살 때 부모가 이혼한 이후 외가에서 자랐다. 진보 성향 경제학자였던 아버지 데이비드 빌헬름은 그가 18세 때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는 이후 어머니 성을 따라 드블라지오로 바꿨다.

20대 때 사회주의에 심취했던 그는 뉴욕대와 컬럼비아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일곱 살 연상인 부인 셜레인 매크레이는 명문 웰슬리대 출신으로 여권운동가다.

16세 때 미국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동성애자임을 공개 선언해 유명해졌다.

뉴욕의 선정적 타블로이드 매체들이 동성애 전력(前歷)을 화제 삼자 “난 아직도 매력적 여성을 보면 가슴이 두근댄다. 하지만 나에겐 사랑하는 남편이 있다. 그이 외에는 눈길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더 많은 호감을 이끌어냈다는 평이다. 드블라지오는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온 뉴욕시의 불심검문 정책에 대해 “나에게는 남 얘기가 아니다”며 폐지 공약을 밝혀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의 표를 싹쓸이했다.

뉴욕시는 전통적 민주당 텃밭이지만, 지난 20년간 루돌프 줄리아니(공화당·1994~2001년)와 마이클 블룸버그(2002~2013년) 시장 등 비(非)민주당이 집권해왔다. 블룸버그는 공화당 소속으로 당선됐으나 나중에 탈당했다.

드블라지오는 뉴욕시 정책의 ‘좌향좌’를 예고하고 있다. 연간 5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 대한 ‘부자 증세’를 통해 미취학 아동 교육과 서민 주택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블룸버그(71) 전임 시장은 전날인 지난달 31일 12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그는 퇴임식에서 자기 업적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직원들에게 “지난 12년간 뉴욕시를 현장에서 발전시킨 주인공은 여러분”이라고 치하했다.

그는 임기 중 ‘독불장군’이란 비판을 받으면서도, 매년 연봉 1달러만 받고 오히려 자기 돈 6억5000만달러를 뉴욕시에 쏟아부었다.

억만장자인 블룸버그는 퇴임식을 마친 뒤 지하철을 타고 퇴근했다. 퇴임 후 계획을 묻는 시민들의 질문에 “우선 잠을 좀 더 자고 싶다”고 답했다. 12년간 휴가도 반납한 채 업무에만 전념했던 일벌레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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