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그림 등 3060점, 국가기록물로 지정해 영구 보존

조선일보
  • 오유교 기자
    입력 2013.12.31 03:03

    故김순덕·강덕경씨 그림 등 "역사·학술적 가치 매우 높아"

    흰 저고리와 검은 치마를 입은 그림 속 처녀는 군인의 손에 잡혀 비명을 지르며 어딘가로 잡혀간다. 고(故)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끌려감'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김 할머니는 1937년 16세가 되던 해 간호사를 모집한다는 일제의 말에 속아 일본 나가사키로 끌려간 뒤 중국 상하이 등에서 3년간 위안부 생활을 강요받았다. 김 할머니는 1992년부터 매주 수요집회에 참석하는 등 평생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다, 지난 2004년 세상을 떴다.

    고 강덕경 할머니는 나무에 묶인 범인을 세 자루의 권총으로 겨누는 그림을 남겼다. 일본이 과거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그림에는 평생 씻을 수 없었던 분노가 담겨 있다. 강 할머니도 1944년 경남 진주의 국민학교에 재학 중이던 15세의 나이에 일본인 담임선생의 강요로 일본으로 떠나 해방 때까지 위안부 생활을 했다. 강 할머니는 1997년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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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기록원은 일본군위안부 관련 기록물 3060점을 국가지정기록물로 신규 지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故)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 ‘끌려감’과 ‘못다 핀 꽃’, 고 강덕경 할머니의 ‘책임자를 처벌하라’. /국가기록원 제공
    일본군위안부로 꽃다운 청춘을 빼앗긴 할머니들의 그림을 포함한 기록물들이 영구 보존돼 후세에 전해지게 됐다. 국가기록원은 30일 "일본군위안부 관련 기록물 3060점을 국가지정기록물로 신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국가기록원은 2008년부터 보존 가치가 있는 민간 기록물을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 보존과 복원 등을 거쳐 전하고 있다. 유진오 선생의 제헌헌법 초고를 시작으로 청강 김영훈의 진료 기록물(제7호)까지 지정돼 있으며, 이번 일본군위안부 관련 기록물은 제8호 국가지정기록물이 된다.

    기록물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살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이 소장 중인 피해 증언 구술 기록, 심리검사·기자회견·집회 관련 영상 기록, 기록사진과 그림, 유품 등으로 이뤄져 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이 기록물들은 위안부 피해 실태를 규명하고 생존자들의 활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라며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아 국가지정기록물이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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