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외교의 실무 사령탑인 양제츠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28일 담화를 통해 "아베는 잘못을 시인하고 실질적인 행동으로 엄중한 착오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베는 역사의 무대에서 철저한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국무위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본 내정이나 개인 문제가 아니라 침략과 반침략, 정의와 사악, 광명과 어둠의 대원칙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 언론들도 아베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사설에서 아베의 행위를 '도발(provocation)'로 규정하며 "역내 긴장을 높이는 쓸데없는 도발로 일본의 국제적 입지와 안보를 더 약화시켰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 사설에서 "아베의 우경화 행보는 신뢰를 해치는 행위로 미국은 아베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너차이퉁(FAZ)은 26일 "역사 교육 약화와 전쟁 말기 피폭을 고려하더라도 일본이 독일과 전혀 다른 추도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게 놀랍다"고 했다. "일본이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잔인무도한 전쟁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이를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간 쥐드도이체차이퉁(SZ)도 "일본이 20세기 초 중국 침략, 한국 식민지화, 생체 실험, 종군위안부 등 범죄를 저지른 뒤에도 간접적인 '반쪽' 사과만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우방으로 꼽히는 호주와 인도네시아도 "일본의 자살골"이라며 비판했다. 호주 일간 오스트레일리안은 사설에서 "아베가 그간 영토 분쟁에서 일본 편을 들어온 호주 등 우방을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도 "동중국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참배 시점이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칼럼니스트 오다지마 다카시(小田嶋融)씨의 인터뷰를 통해 "아베 총리가 페이스북 등에 나타난 '네트 우익'의 반응만을 염두에 두고 야스쿠니를 참배했다"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폭넓게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가 마고토(古賀誠) 전 일본유족회장은 마이니치(每日)신문 인터뷰를 통해 "유족이 원하는 것은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아니라 외국도 인정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참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스쿠니 신사에서 A급 전범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