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과 모든 대화 중단… 美·中·아세안과 '일본 고립 작전'

입력 2013.12.28 03:00

['아베 참배' 국제 문제화 추진]

주일 대사 소환 신중히 검토… 韓·日 관계 접을 수는 없지만 박근혜정부 내내 영향 미칠 듯
韓·日에 관계 정상화 주문하던 美, 기존 입장 고수 힘들어져
中도 "한국과 협력해나갈 것"

정부는 2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향후 외교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 대응해나가기로 했다. 새해 한·일 정상회담 개최의 기반 조성을 위해 진행해 왔던 실무급 대화 일체를 중단시켰다. 또 일회성 대응에 그치지 않고 미국과 중국, 동남아 국가들과 공조해 '야스쿠니 문제의 국제화'를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대일(對日) 대화 채널 올스톱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동북아 외교 정책의 큰 방향으로 '아시아 패러독스 극복'을 말해 왔다. 아시아 패러독스는 동북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는 점점 밀접해지면서 과거사 문제로 인한 갈등은 격화되는 상황을 말한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자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 대사관 앞에서‘애국국민운동대연합’회원 및 시민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 대사관 앞에서‘애국국민운동대연합’회원 및 시민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오종찬 기자
청와대 관계자는 "아베 총리의 집권 1년은 박 대통령이 경고해온 방향과 정반대였다"며 "야스쿠니 참배 강행은 그 끝인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 및 우리 외교부의 분노는 그래서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정된 외교 일정 준비를 위해 진행됐던 대화는 모두 단절됐다"고 했다. 최근 들어 정부는 한·일 간에 차관급 전략 대화와 국장급 안보정책협의회를 개최하기 위해 일본 측과 실무 협상을 물밑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한·일 정상회담의 사전 정지 작업 차원이었는데, 외교부 관계자는 "올 스톱"이라고 했다. 내년 1월로 검토되던 한·일 재무장관회의 개최도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이병기 주일 대사 소환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카드'는 다음 단계를 위해 신중하게 사용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안보 라인의 고위 관계자는 "주일 대사 소환은 매우 중대하고 신중히 사용해야 할 조치"라고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항의하는 홍콩의 반일(反日) 시위대가 27일 홍콩 주재 일본 총영사관 근처에서 중국 국기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문구가 담긴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항의하는 홍콩의 반일(反日) 시위대가 27일 홍콩 주재 일본 총영사관 근처에서 중국 국기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문구가 담긴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AP 뉴시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긴 그림자를 남길 것"이라면서 "한·일 관계 전체를 접을 수는 없지만 박근혜 대통령 집권 기간 내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 문제로 부각한다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 강행은 자기 발등을 찍은 격"이라며 "미·중뿐만 아니라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 공조의 핵심은 '미국'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은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에 '관계 정상화를 위해 상호 노력하라'는 입장이었다. 이제 더 이상은 그러한 자세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26일 일본 주재 미 대사관에서 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미국 시각으로 크리스마스 휴일 밤에 이뤄진 아베의 신사 참배를 놓고 워싱턴의 한·미 외교 채널 간에 신속한 의사소통이 있었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총리가 미 의회에서 한 번도 연설하지 못한 것도 '과거사 인식' 때문이다"고 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2006년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 때에 비해 미국의 힘은 감소했다. ADIZ(방공식별구역) 사태를 계기로 미국은 일본과 맺은 동맹뿐만 아니라 한·미 동맹 강화 필요성도 절감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와도 보조를 맞춰 나간다는 전략이다. 중국 외교부 친강 대변인은 26일 바로 "한국과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A급 전범의 상당수는 일본의 중국 침략과 관련돼 있다. 중국의 반발이 격렬한 것도 그 때문"이라며 "야스쿠니 문제는 기존 동맹 관계에서 떼어내 별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정부 내부적으로는 "한국과 중국이 '연대'해 일본을 전방위적으로 때리는 수준까지 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많다. 미·중 간의 역학 관계, 북핵, 영토 분쟁 등 복잡하게 산재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과 공조가 너무 심한 수준으로 가서 한·일 양자 관계가 파탄 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한 정부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 등 2차대전 피해 당사국들과 외교 채널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아베 총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은 커질 것"이라며 "정부로서는 일본의 우경화를 확증(確證)해 나가고 일본 내의 양심 세력을 염두에 둔 홍보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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