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내각 출범 1주년인 26일 2차대전 A급 전범(戰犯)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2006년 8월 1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이후 7년여 만이다. 아베 총리는 관용차를 이용했고,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 명의로 꽃을 봉납했다. 일본 법원이 2004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식 참배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결을 한 적이 있어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취임 1년을 맞은 아베 신조(安倍晋三·왼쪽) 일본 총리가 26일 도쿄에 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기습적으로 참배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등이 합사돼 있으며,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곳이다. 일본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은 2006년 고이즈미 당시 총리 이후 7년 만이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이날 일본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아베 총리는 참배 후 기자회견과 담화를 통해 "중국·한국인의 기분에 상처를 줄 마음은 전혀 없다"며 "야스쿠니에 참배했던 역대 총리가 그랬던 것처럼 중국·한국에 대해 경의를 갖고 우호 관계를 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범 숭배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없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결의를 전하기 위해 참배했다"고도 했다.

아베 총리는 이전에도 "과거 (첫 번째 총리) 재임 시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은 것은 통한의 극치"라고 말해 왔다. 외교부 동북아국장을 지낸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아베 내각은 일본에 전쟁 책임을 묻는 것을 토대로 구축된 전후 세계 질서의 부정(否定)을 신념처럼 표현해 왔다"며 "이번 참배는 '확신범 아베'의 계획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침략의 정의(定義)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2차대전을 "일본의 침략을 저지하고 처벌하는 전쟁"으로 규정한 카이로선언, "아집에 찬 군국주의자들의 우둔한 계산이 일본을 멸망의 문지방으로 밀어 넣었다"고 비난한 포츠담선언과 이를 바탕으로 성립한 UN 체제의 전후 질서를 부정하는 발언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후에도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나는 판단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A급 전범 용의자였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외손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