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야스쿠니 도발한 아베, 이제 '과거의 일본'은 없다

      입력 : 2013.12.27 03:02

      아베 일본 총리가 취임 1년인 26일 현직 총리로는 7년 만에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전쟁에서 죽은 군인을 신(神)으로 모시는 시설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合祀)돼 있다. A급 전범들은 전후 도쿄 극동군사재판소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를 발생시킨 '평화에 대한 범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처형된 7명과 종신형 등을 받고 복역하다 죽은 7명이다. 아사히·마이니치를 비롯한 다수의 일본 언론은 여러 차례 "야스쿠니는 전쟁 책임을 부정하는 정치성을 갖고 있다"며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참배를 비판해 왔다. 아베 총리가 그런 곳에 머리를 조아린 것은 일본 내에서 침략 역사를 부정해온 세력이 넘지 말아야 할 마지막 선을 마침내 넘어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 뒤 "일본을 위해 희생한 영령에게 존숭(尊崇)의 뜻을 표했다"면서 "한국·중국민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한국·중국 정상에게 직접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참배가 한·중의 어떤 반발을 부를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아베는 한·중의 반발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자신과 확신을 갖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아베의 이런 자신감의 바탕에는 아시아를 중시하는 미국과 새로 부상하는 중국 간의 갈등이 자신에게 움직일 공간과 활로를 열어주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전쟁할 수 없는 나라'에서 조금씩 방향을 틀어 온 일본 사회가 이제는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탈바꿈하고 있고, 그 흐름은 누구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믿음이 없었다면 이런 외교적 도발은 도저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중·일 3국은 지난달 7일 서울에서 차관보급 회의를 열고 3국 정상회의 개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었다. 최근 장성택 처형 이후엔 불확실성이 커진 북한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한·중 간 공조 체제 구축이 한층 절실해졌다. 이런 시기에 아베는 밑에서 어렵게 조금씩 불을 지펴 온 3국 관계 회복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 그러나 이것은 아베의 일본이 우리를 놀라게 할 도발의 시작일 뿐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야스쿠니 참배를 통해 과거사 문제, 독도와 센카쿠섬(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에서 한·중과 군사적·외교적으로 정면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특히 우방인 한국이 막아서더라도 더 이상 매달리지 않고 한국을 넘어서서 갈 길을 가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일본의 도발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일본이라는 배는 이미 방향을 틀었다. 우리에게는 일본이 이 방향 전환으로 큰 피해를 입고 나중에라도 '그 길이 아니었다'고 후회하면서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던져졌다. 그러나 지금의 미·일 대(對) 중국의 동북아 구도와 우리의 국력으로 볼 때 과연 탈선하는 상대에게 매를 들 여건이 되고 우리에게 그런 충분한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인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과거의 일본'은 더 이상 없고 바다 건너 '새로운 일본'이 얼굴을 들고 있다는 인식 아래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일본을 상대할 방책(方策)을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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