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정부 부채가 GDP(국내총생산)의 2.4배로 세계 최악의 수준인데도 군사비와 공공사업비를 확대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했다.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의미하는 적극적 평화주의,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등 자신의 간판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기 위해서이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들도 아베 총리의 색깔이 드러난 예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영토 분쟁 예산도 늘려 일본의 주장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외무성의 독도, 센카쿠, 북방 영토 등 영토 보존 대책 관련 예산으로 10억엔이 배정됐다. 이 중 3억엔이 영토 문제와 관련한 일본 정부 입장을 국제적으로 확산시키는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배정됐다. 해외 전문가, 언론 관계자를 대상으로 심포지엄 등을 통해 일본의 입장을 홍보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예산편성 자료를 통해 "영토 문제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책무"라면서 "재외공관의 인맥 등을 활용해서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실 홍보비도 44억엔에서 65억엔으로 늘었다. 이중 국제 홍보비가 5억엔에서 15억엔으로 3배가 됐다. 국제 홍보비는 ▲국내외 연구소, 언론과의 심포지엄 개최 등에 4.3억엔 ▲영토 관련 자료집 작성 및 홍보에 2억엔 ▲소셜미디어 활용 및 국제 광고에 5.8억엔이 각각 책정됐다. 외무성뿐만 아니라 총리실도 영토 관련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또 도덕교육을 충실하게 하기 위한 예산을 8억엔에서 14억엔으로 늘렸다. 이 예산은 애국심 교육 강화에도 사용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내년에도 동남아 등에서 원조 외교를 집중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적개발원조(ODA)를 적극 활용한다. 국제기구 등에 지원하는 다국간 ODA를 6.6% 감축하는 대신 일대일로 특정 국가를 지원하는 2개국 간 ODA를 2% 늘렸다.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보다는 일본이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국가에 직접 돈을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베 정권의 기반이 되는 아베노믹스 예산도 크게 늘었다. 도로 등 공공사업비는 5조9685억엔으로, 전년 대비 12.9% 늘었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발표된 일본의 각종 경기 지표와 관련, "일본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때문에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 탈출 가능성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아베노믹스 효과가 대기업을 넘어 중소기업에도 파급되고 있다"면서 "자신감을 갖고 아베노믹스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