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아프리카 남수단에 주둔 중인 한국군 한빛부대에 실탄 1만발을 제공한 것을 두고 일본은 일본대로 국내적으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줄곧 견지해 온 사실상의 무기 수출 금지 원칙('무기 수출 3원칙')을 처음으로 깼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3일 국가안보회의(NSC) 4인 회합을 열어 탄환을 제공하기로 했고, 이날이 휴일(일왕 생일)이라는 이유로 정식 각의 없이 각료 서명을 받는 약식 각의만으로 탄환 제공을 공식 의결했다.

긴급한 필요성과 예외적 상황이라는 관방장관의 단서가 달렸지만 전후 처음으로 일본이 외국군에 탄약을 제공하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권이 갈망해온 '해외 군사공헌'에 물꼬가 터진 셈이다. 더구나 역대정권의 방침을 뒤집는 중대사안이 NSC와 약식 각료회의에서 하룻만에 결정된 것은 향후 이같은 군사적 결정이 자의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일본 관방장관은 "긴급한 필요성과 인도적 성격이 매우 높은 점을 감안, 한국군 대원과 피난민의 생명·신체의 보호 목적에만 사용하고 이전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을 전제로 무기수출 3원칙에 의하지 않는 것으로 한다"고 밝혔다. 관방장관 담화는 또 "한국군 대원과 피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일각을 다투고 있고, 한국군이 보유한 소총에 적용할 수 있는 탄약을 소유한 것은 일본부대 뿐인 긴급사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본 민주당 소속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전 방위상은 "전후 일본에서 첫 사례이기 때문에 임시각의 등을 열어 정말로 긴급성이 있는지 논의하는 등 신중히 대응했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요시다 다다토모(吉田忠智) 사민당 당수는 "NSC설치로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며 "문민통제가 형해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타이치 세이지(又市征治) 사민당 간사장은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비상식적 행동"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산당·일본유신회 등 다른 야당들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치다 다다요시(市田忠義) 공산당 서기국장은 "적극적 평화주의의 이름으로 '해외에서 전쟁할 수 있는 나라 만들기'에 위험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극우 정당인 일본유신회의 가타야마 도라노스케(片山虎之助) 국회의원단 정조회장도 "갑작스러운 (실탄 제공) 결정은 위화감이 있고, 결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실탄제공을 '물자협력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PKO법의 규정을 들어 정당화하고 있지만, 무기·탄약은 유엔평화유지활동(PKO)협력법의 '물자협력' 범위에서 제외된다는 역대 정권의 입장을 하루 아침에 뒤집은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그간 PKO 활동 과정에서 유엔이나 타국에 무기나 탄약을 제공할 가능성을 부인해왔을 뿐 아니라 심지어 미군과 맺은 군수지원협정에서도 무기·탄약은 제공대상에서 제외할 정도로 엄격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탄약제공을 두고 "무기수출 3원칙의 전면개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장기간의 정부방침을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