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도 이날 "기관사 300명과 승무원 200명을 기간제로 채용해 일정 교육을 마친 후 1월 중 현장에 투입하겠다"며 '원칙 대응' 기조를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홍원 국무총리와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은 18·22일 담화문·호소문을 통해 'KTX를 민영화하려는 게 아닌데 노조가 파업을 하는 건 명분이 없다'는 말을 했다. 국정 책임자들이 총출동해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철도노조는 여전히 '민영화 반대'를 외치며 16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철도 파업 사태에선 5년 전 광우병 사태 때의 실패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당시 정부는 미국인 3억 명과 전 세계 100개국 이상 국민이 매년 4000만 마리씩 미국 쇠고기를 먹고 있지만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확신시키지 못해 극도의 사회 혼란을 초래했다.

철도 파업의 발단은 정부가 코레일 산하에 KTX 자회사를 설립하겠다고 한 것이다. 많은 국민은 KTX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인지 아닌지는 구별하지 못해도 '민영화는 곧 철도·전철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노조 측 논리에 기울어져 있다. 그러나 정부는 '경쟁 시스템 도입과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을 효율화하자는 것'이라는 어려운 논리로 해명하는 데 급급하다. 국민이 얻게 될 이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영화는 안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보니 정부가 뭔가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려다가 물러선 게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정부·코레일은 코레일 자회사를 만들어 혁신 경영을 하게 되면 코레일도 자극을 받아 요금을 올리지 않고도 철도 서비스를 개선하고 낭비 요인을 고쳐나가게 된다는 점을 정확히 이해시켜야 했다. 5명이 할 수 있는 일을 코레일에선 10~20명이 하고 있다든가, 코레일 부채 17조6000억원은 결국 1인당 35만원씩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도 설명했어야 했다.

김대중 정부만 해도 특별법을 만들어 KT·KT&G·한국중공업의 정부 지분을 민간에 처분했다. 노무현 정부도 출범 초엔 KTX 민영화를 추진하다가 일단 공사(公社)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정부가 노조 기세에 밀려 '민영화는 아니다'고 변명하는 사이 앞으로 공기업 민영화는 입도 뻥긋 못하게 돼 버렸다. '민영화'가 마치 해선 안 될 못된 일인 것처럼 취급당하고 있는 것은 국가 운영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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