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숙청된 것은 그의 최측근인 리룡하 노동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명령을 즉석에서 실행하지 않고 "장성택에게 보고하겠다"고 토를 달았던 것이 계기가 됐다고 일본의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2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노동당 행정부장이었던 장성택의 최측근이자 직속 부하인 리룡하(처형)·장수길(처형)이 "당 행정부의 이권(利權)을 군으로 되돌려 놓으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받고, "장성택 부장에게 보고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정은이 격노해 만취 상태에서 리룡하·장수길의 처형을 명령했고, 그것을 시작으로 장성택 세력에 대한 숙청이 진행됐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최종적으로 처형된 장성택 세력은 최소 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룡하·장수길이 지난달 하순 총살당하자 두 사람의 주변인물이 해외 관계자들에게 처형 사실을 전화로 알렸고, 한국 정부는 이 통화내용을 도청해 장성택의 숙청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감지했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밝혔다.
실제 우리 정보 당국은 지난달 초부터 장성택 실각과 관련된 여러 첩보를 수집해오다 지난달 말 통신 감청 등을 통해 실각 가능성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을 확인한 뒤 대북 휴민트(인적 정보)를 활용해 재차 확인한 끝에 장성택이 실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번 김정은의 명령에 대해 "충동적이고 현실을 무시한 지시가 많아 구심력(求心力)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은은 스위스 유학 시절을 흉내내 도심에 녹지를 늘리기 위해 주민의 귀중한 식량공급지 역할을 하고 있는 집 마당에 잔디를 심으라고 지시했다.
또 "이제부터는 자가용 시대"라며 평양에 신설되는 아파트에 주차장을 설치하라고 명령하거나 "쌀 대신에 고기를 먹으면 식량 부족이 해소될 것"이라는 지시를 하기도 해 간부들을 어이없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정보기관은 장성택 숙청이 김정은 체제의 안정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매체 보도에 따르면 법무성 산하 정보기관인 공안조사청은 지난 20일 발간한 2014년 판 '내외정세의 회고와 전망'에서 장성택 숙청에 대해 "장씨의 체제 내 존재감이 저하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체제의 안정성에 즉시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내정과 대외정책의 변화가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공안조사청은 또 올 한해 북한이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유일사상 10대 원칙)을 39년 만에 개정하는 등 체제의 사상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입력 2013.12.22. 17:03업데이트 2013.12.2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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