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選 성공한 메르켈, 이젠 'EU 헌법(리스본 조약)' 개정 나선다

입력 2013.12.20 03:01

회원국 극렬반대 속 긴축 강행… 아일랜드·남유럽 등 경제호전, 메르켈 '강한 유럽' 자신감 충전

英, 2017년 EU 탈퇴투표 추진
佛, 긴축 대신 성장정책 요구
兩國, 리스본 조약 개정 부정적

"유럽을 더 강력한 대륙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리스본 조약도 개정할 수 있다."

지난 17일 3선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여세를 몰아 유럽연합(EU)의 권한을 강화하고 유럽을 더 강력하게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메르켈은 18일 프랑스 방문을 앞두고 연방 하원 연설에서 "EU 회원국들이 일정한 재정 목표를 달성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EU에 더 강력한 재정·경제 조직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리스본 조약을 개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3선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오른쪽)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3선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오른쪽)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신화 뉴시스
리스본 조약은 EU의 기본적 운영 원리를 담고 있어 흔히 'EU 헌법'으로 불린다. 메르켈은 유럽 재정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28개 회원국에 대한 EU 차원의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헌법'까지 바꿀 수 있다는 구상이다. 메르켈은 "우리는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방안을 모색해 왔지만, 리스본 조약은 바꿀 수 없었다"며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유럽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회원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연구·개발(R&D)도 제대로 안 하고 있다"며 "EU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메르켈의 발언은 자신이 주도해온 유럽 정책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메르켈은 다른 회원국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 위기 탈출을 위해 EU에서 긴축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최근에 아일랜드가 구제금융 졸업을 선언하고, 그리스·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경제지표도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메르켈의 '강력한 EU'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핵심 파트너가 메르켈과 의견이 다르다. 이들은 EU 강화를 전제로 한 리스본 조약 개정에 부정적이다.

캐머런은 영국 내 반(反)EU 여론이 높아지자 2017년 이전에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올랑드 역시 긴축 대신 성장 정책을 요구하며 리스본 조약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또 리스본 조약을 개정하려면 28개 EU 회원국이 모두 새 조약을 비준해야 한다.

유럽연합(EU) 둘러싼 각국 입장.
한편 EU는 완전한 역내 통합으로 한발 더 나아가는 정책에 18일 합의했다. EU 재무장관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 내 6000개 모든 은행을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감독하는 은행동맹(banking union) 설립 방안에 합의했다. 지금까지 개별 은행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각 정부가 해왔지만, 앞으로는 EU 차원에서 은행동맹이 담당하는 것이다. 이 기능을 수행할 단일은행감독기구(SSM)는 내년 11월 출범 예정이다. 또 EU 회원국들은 부실 은행 정리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만들기 위해 2015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기금 550억유로(약 80조원)를 출연하기로 했다. 이 합의안은 19~2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 승인될 예정이다.


☞리스본 조약

유럽연합(EU)의 구성과 역할을 규정한 조약. ‘EU 헌법’으로도 불린다. 2007년 10월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합의했으며 2009년 12월 발효됐다. EU 의회와 중앙은행을 포함한 주요 기구의 운영 원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