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교실 디자인이 곧 교육의 질"이라는 명제가 당연시되면서 유럽의 예쁜 교실을 벤치마킹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그런데 교육 시스템은 그대론데 교실만 유럽식 선진 디자인으로 바꾸면 진짜 교육이 바뀌는 걸까?

김기현(34)·문석진(32)·이상필(32)·남정모(32), '디자인 메소즈(Design Method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젊은 디자이너 4인방의 생각은 달랐다. "교육이 주입식이라면 주입식 교육 환경에 최적화된 디자인이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선생님 판서에 더 집중 잘할 수 있는 디자인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최근 '2013 코리아디자인어워드'에서 리빙디자인부분 대상을 받은 디자인 메소즈의 '스쿨 프로젝트'는 이런 역발상에서 시작됐다.

디자인 메소즈의 관찰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토론’보다는‘필기’에 몰두한다. 의자에 등을 기대기보다 책상에 두 팔을 올리고 구부정하게 의자에 걸터앉는다. 디자인 메소즈는 이 자세에서 척추에 무리를 덜 주는 디자인을 찾았다.

딱 1년 전 이맘때, 창고 같은 서울 한남동 상가 지하에서 개업한 이들 풋내기 디자이너들에게 한 영어 학원이 교실 디자인을 맡겼다.

'디자인의 방법을 찾아주자'는 뜻을 담은 회사 이름처럼 넷은 '방법'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다른 학원을 돌며 학생들의 수강 행태를 관찰하면서 중요한 포인트를 발견했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 50분 동안 의자 등판에 기대 수업을 듣는 건 고작 몇 분이었다. 내내 필기에 몰두했다. 구부정하게 앉아 책상에 두 팔을 올리고 무게중심을 앞으로 둔 자세였다. 좌판 앞쪽에 걸터앉기 때문에 인체공학에 맞춰 등판을 완만한 에스자 형태로 만든 의자는 예상보다 효용이 낮았다.

"서구에선 토론식 수업이 많아서 학생들이 등판에 기댈 때가 많다. 그래서 의자 디자인할 때 등을 꼿꼿이 세워 등판에 기댔을 때 편한 걸 염두에 둔다. 일방향적인 수업을 듣는 한국 학생들은 숙여서 칠판을 많이 본다. 우리는 이 자세를 취했을 때 척추에 무리가 적은 의자 디자인을 생각했다." 미국과 영국 유학파 멤버들의 경험이 도움됐다.

남녀·체형별(소·중·대)로 각각 모델을 한 명씩을 뽑아 총 6명을 의자 틀에 앉힌 뒤 하나하나 석고 모형을 떴다. 하중에 따른 신체 자극을 분석하고, 이를 데이터화해 평균값을 냈다. 실험 결과 앞으로 숙이고 앉았을 때 척추에 무리가 덜 가게 하기 위해선 엉덩이에 최대한 체중이 분산돼 실리도록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러기 위해선 등판과 좌판이 만나는 부분이 완만한 곡선을 이뤄야 했다. 일반적으로 45~50㎝인 좌판 깊이(seating depth)는 커브가 끝나는 부분으로부터 33㎝로 짧게 만들었다. 이들은 "비록 사교육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였지만 우리 디자인의 지향점은 공교육"이라며 '한국의 공교육형 의자'에도 도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