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하십니까 시위대, 실체없는 '철도민영화' 반대하며 거리로…대학은 '감성의 전당'?

  • 조선닷컴
입력 2013.12.14 23:44 | 수정 2013.12.14 23:58

‘안녕들하십니까’

소위 ‘철도민영화’를 비판하는 내용의 고려대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가 주말 오후 대학생들을 촛불시위장으로 이끌었다. 현 정부는 철도를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적이 없다.

10일 고려대학교 교내에는 한 경영대생이 쓴 '안녕들하십니까'로 시작하는 2장짜리 대자보가 내걸렸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라 불리는 이 글의 주된 타깃은 ‘철도민영화’다.

이 글의 필자는 철도파업에 참가했다가 직위해제된 이들을 “일자리를 잃었다”고 마치 ‘해고’된 것처럼 표현, 동정심을 자극했다.

이는 사실과 다른 표현으로, 직위해제는 고용이 유지된 상태에서 말 그대로 직위(職位)만 해제한 상태를 뜻한다. 더욱이 코레일은 파업을 중단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직위해제를 풀어주고 있다.

또 ‘안녕들하십니까’의 필자는 철도노조가 일으킨 파업의 이유를 ‘민영화 반대’로 단순화하며 정당성을 부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노조의 파업 요구 사항은 2가지다. ‘서울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회사 설립 이사회 중단’과 ‘임금 8.1% 인상’이다.

노조는 이번 이사회를 ‘민영화 사전 작업’으로 규정했지만, 코레일은 "자회사에 민간이 참여할 여지는 완전히 차단돼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철도민영화 가능성은 0.1%도 없다”고 못박기까지 했지만, 대자보에는 이런 내용은 한 줄도 들어있지 않다.

실제로 ‘철도민영화론(論)’은 신자유주의가 화두이던 1990년대부터 국내 운동권 세력이 “정부가 철도를 민영화해 서울-부산 구간 열차표가 10만원(당시 기준)을 넘게 될 것”이라며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이용한 구호였다. 그러나 철도민영화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이후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여러 차례 보수 정권이 탄생했음에도 실제로 민영화가 구체적으로 추진된 적은 없다.

운동권 학생과 좌파 세력, 좌파 언론은 이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10일부터 조직적으로 기사, 트위터를 통해 반복적으로 재생산했고, 포털 검색어로 띄웠다. 해당 글의 필자는 구(舊) 진보신당 당원으로 알려졌으며, 같은 당원들이 대거 리트윗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글에 자극받은 일부 대학생은 14일 오후 철도노조가 서울역 광장에서 연 ‘촛불집회’에 합류했다. '철도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중단 범국민대회'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8000여명이 모였다.

이날 시위에서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은 ‘철도민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정파적 이슈까지 들고 나왔다. 신 위원장은 "철도민영화뿐만 아니라 총체적 대선개입, 공안탄압·노동탄압, 민영화·연금 개악 등을 강행하는 정부를 겨냥해 종교계, 정당, 시민사회 등 모든 사회세력을 결집해 범국민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민영화’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반(反)정부 시위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를 읽은 네티즌들은 “안녕들하십니까? 납득이 안간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횡설수설해서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정도를 읽고 거리로 나왔다니, 실망이다. 대학이 감성의 전당인가" 등의 반응이다.

 

 

아래는 소위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 전문(全文).

안녕들하십니까.

1. 어제 불과 하루만의 파업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다른 요구도 아닌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이유만으로 4,213명이 직위해제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했다는 구실로 징계라니.

과거 전태일이란 청년이 스스로 몸에 불을 놓아 치켜들었던 ‘노동법’에도 ‘파업권’이 없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와 자본에 저항한 파업은 모두 불법이라 규정되니까요.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 말 한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입니다.

시골 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하니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은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2. 88만 원 세대라 일컬어지는 우리들을 두고 세상은 가난도 모르고 자란 풍족한 세대, 정치도, 경제도, 세상 물정도 모르는 세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1997~1998년 IMF 이후 영문도 모른 채 맞벌이로 빈 집을 지키고, 매 수능을 전후하여 자살하는 적잖은 학생들에 대해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은 것이 우리 세대 아니었나요?

우리는 정치와 경제에 무관심한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단 한 번이라도 그것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목소리내길 종용받지도 허락받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살아도 별 탈 없으리라 믿어온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조차 없게 됐습니다. 앞서 말한 그 세상이 내가 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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