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철도민영화’를 공격하는 내용의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가 대학생들을 촛불시위장으로 이끌고 있지만, 정부가 철도를 민영화하겠다고 밝힌 적은 없다.
고려대학교 교내에는 10일 한 경영대생이 쓴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내걸리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라 불리는 이 글의 주된 타깃은 ‘철도민영화’였다. '안녕들하십니까‘의 필자는 전국철도노조(철도노조)가 ‘서울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회사 설립 이사회 중단’과 ‘임금인상’을 내걸고 일으킨 파업사태를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으로 단순화하며 선동적 논조로 여기에 ‘침묵하는’ 대학생들을 꾸짖고 있다.
철도노조는 해당 이사회가 '철도민영화 사전 단계'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철도민영화 가능성은 0.1%도 없다"고 못박으면서 파업자 전원을 직위해제했다. 민영화 반대는 구실일 뿐이고 파업의 속내는 다른 데 있다는 것이다. 철도노조의 요구안에는 임금 8.1% 인상이 포함돼 있다. 코레일은 현재 직위해제자가 업무에 복귀하면 즉시 직위해제를 풀어주고 있지만, 대자보는 직위해제가 마치 ‘해고’인 것처럼 쓰고 있다.
실제로 ‘철도민영화론(論)’은 신자유주의가 화두이던 1990년대부터 국내 운동권 세력이 “정부가 철도를 민영화해 서울-부산 구간 열차표가 10만원(당시 기준)을 넘게 될 것”이라며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이용한 구호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운동권 학생과 좌파 세력은 이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트위터에서 반복적으로 리트윗, 포털 검색어로 띄우고 있다. 해당 글의 필자는 구(舊) 진보신당 당원으로 알려졌으며, 같은 당원들이 대거 리트윗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에 찬동한 학생의 상당수는 철도노조가 14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한 촛불집회에 합류했다. '철도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중단 범국민대회'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8000여명이 모였다.
이날 시위에서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은 ‘철도민영화’ 외에 다른 정파적 이슈도 제기했다. 그는 "철도민영화뿐만 아니라 총체적 대선개입, 공안탄압·노동탄압, 민영화·연금 개악 등을 강행하는 정부를 겨냥해 종교계, 정당, 시민사회 등 모든 사회세력을 결집해 범국민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민영화’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반(反)정부 시위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 시위대의 ‘철도민영화’ 관련 요구에 네티즌들은“안녕들하십니까? 요즘 대학생들 논리도 팩트도 이것밖에 안되나?” “철도민영화? 노조는 근로자 복지를 위해 존재하는데 왜 한국 노조는 날마다 정치투쟁일까?”,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그릇된 전제 위에 쓰여진 글” 등의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