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3일 '장성택 처형'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해 미국 등 세계 각국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북한의 내부 상황에 우려를 표시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날 "김정은 정권의 극단적 잔인함(extreme brutality)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패트릭 벤트렐 부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사건을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보도 내용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며 "우리는 북한 내부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역내 동맹 및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장성택 실각설이 제기된 이후 미 정부는 줄곧 "이번 사안에 대해 코멘트할 게 없다"고 했으나, 이날 이례적으로 '극단적 잔인함' 같은 강도 높은 표현으로 북한을 비난한 것은 김정은 정권의 비정상적 통치 방식에 대한 미국의 혐오를 반영한다는 평가다.

영국 BBC,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독일 슈피겔, 영국 가디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등 전 세계 주요 외신은 1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자신의 고모부이자 ‘2인자’인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했다는 평양발 뉴스를 인터넷을 통해 주요 뉴스로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정보분석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회견에서 "이번 사건이 군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경우 북한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할 수 있다"면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총무상은 "돌연한 해임과 즉시 처형은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잔학 행위"라면서 "그것은 북한이 안정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말에 "북한 내부의 일"이라며 "구체적인 상황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장성택 사형이 북·중 경협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중·북 무역은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 북한과 무역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북한 외무성 리광남 의례(의전)국장 일행이 장쿤성(張昆生) 부장조리(차관보)를 면담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중 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의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인터뷰에서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내부가 불안정해진다면 북한은 외부 긴장과 위협을 조성할 수 있다"며 "4차 핵실험 가능성과 (연평도 포격처럼) 한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각국 언론들도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정일 사망 2주년을 앞두고 폐쇄 국가인 북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과거에도 추방과 처형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극적인 수준은 없었다. 장성택 공개 처형 이후 그를 따르던 인사들에 대한 연쇄적인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김씨 왕조에서 패밀리 멤버를 처형했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날 새벽 이 소식을 긴급히 보도했고, 주요 포털사이트는 온종일 장성택 관련 소식을 톱뉴스로 다뤘다. 일부 매체는 "장성택과 리설주 사이에 성(性) 추문이 있었다"는 소문까지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장성택 사형은 권력 구조 재편에 따라 군의 발언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르몽드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 중 하나인 북한에서 시행되고 있는 공포 체제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