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前엔 열차 탈선… 어젠 1호선(서울) 전철 곳곳 '스톱'

조선일보
  • 최종석 기자
    입력 2013.12.14 03:01

    [철도파업 5일째 여파… 코레일, 17일부터 KTX 운행 횟수 12% 줄이기로]

    정비인력 절반이 파업 참가, 장치 고장·탈선 사고 잇따라… 시민들 "승객 볼모로 파업"
    교통대 학생 238명 대체 투입… 1~4호선 전철, 모레 8% 감축

    지난 9일 시작한 철도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그동안 정상 운행해 온 KTX와 수도권 전철의 운행 횟수마저 줄이기로 결정했다. 장기 파업으로 국민들 불편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파업 여파로 철도 사고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코레일이 13일 확정·발표한 열차운행 감축 계획에 따르면 KTX는 17일부터 운행 횟수를 매일 24회 줄인다. 평소 KTX는 주중에 200~206회, 금요일~일요일에 227~232회 운행하는데 주중 기준으로 12% 정도 운행 횟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수도권 전철(1~4호선)은 16일부터 운행 횟수를 하루 2109회에서 1931회로 178회(8.4%) 줄이기로 했으며, 무궁화호는 하루 10회 감축하기로 했다. 대신 화물 열차는 시멘트 수송을 위해 16일부터 6편 증편한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5일째 이어진 파업으로 대체 인력의 피로가 누적돼 철도 안전을 위해 열차 운행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 볼모로 파업해도 되나"

    열차 운행이 줄면서 광명역~영등포역 간 전철은 아예 운행이 중단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일 KTX 24편을 줄이면 2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대신 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주말에 고속도로 정체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파업 닷새째인 13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이문차량사업소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탈선 전동차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사고는 오전 6시 40분쯤 차량 기지를 출발해 광운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던 코레일 소속 1호선 전동차가 탈선하면서 발생했다
    철도노조 파업 닷새째인 13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이문차량사업소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탈선 전동차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사고는 오전 6시 40분쯤 차량 기지를 출발해 광운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던 코레일 소속 1호선 전동차가 탈선하면서 발생했다. /성형주 기자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곽모(30)씨는 "연말에 지방 내려가는 사람이 많은데 열차 운행을 줄인다니 걱정"이라며 "KTX는 평소에도 표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모(63)씨는 "시민을 볼모로 명분도 없는 파업을 벌여도 되는 거냐"고 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철도 파업이 길어지면 수출 물동량이 몰리는 연말에 수출이 차질을 빚는 등 피해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며 "특히 시멘트 수송이 어려워 건설 업계가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정비 인력 부족으로 잇단 사고"

    파업이 길어지면서 곳곳에서 철도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 44분 서울 지하철 1호선 이문차량사업소에서 출발해 광운대역으로 가던 전철 10량 중 4량이 탈선했다. 승객을 태우기 전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차량이 6시간 넘게 선로를 가로막아 전철 3편이 정상 운행하지 못했다.

    오전 10시 30분엔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에서 전원 공급 장치 이상으로 전철이 50분 동안 멈춰 섰다. 이로 인해 전철 10여대가 최대 1시간 운행이 지연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기관사는 10여년 전 퇴직한 사람인데 이번 파업으로 대체 투입된 인력"이라고 말했다. 오전 8시 25분에도 서울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에서 전철의 브레이크 공기 압력이 떨어져 출발이 9분 정도 지연됐다.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과 시청역에서도 전철이 각각 출입문 고장과 전기 공급 장치 이상으로 20~30분간 멈춰섰다.

    철도 전문가들은 "사고는 한순간에 발생하는데 파업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또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른다"며 "정비 인력들이 파업에 참가하면서 차량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현재 정비 인력 4204명 중 2283명(54.3%)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다. 게다가 코레일이 수도권 전철에 한국교통대 학생 238명을 승무원으로 대체 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의 불안은 더 커졌다.

    ◇노사 협상 결렬

    이날 밤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파업 이후 처음 실무 협상을 벌였지만,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노조는 이날 "코레일이 합법 파업에 대해 고소를 남발하고 있다"며 코레일을 무고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코레일 최연혜 사장은 "아직도 복귀하지 않은 직원들에 대해서는 특단의 또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한다"며 중징계를 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노조가 '서울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 수순'이라고 주장하며 파업을 벌인 데 대해, 코레일은 "경영권을 침해하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불법 파업이라는 입장이다.

    13일 현재 철도 파업에는 출근 대상 노조원 2만473명 가운데 7877명(38.5%)이 참가하고 있다. 운행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관사와 승무원의 파업 참가율은 각각 55.9%와 86.2%에 달한다. 코레일은 이날까지 파업 참가자 7854명을 직위해제했지만 복귀자는 640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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