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여행하고 돈도 벌고… 여행작가처럼 좋은 직업이 없다는데

입력 2013.12.13 15:55 | 수정 2013.12.13 16:04

2012년 7월 스위스 쉬니케플라테에서 송일봉 작가. photo 송일봉
직장인, 주부, 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 있다. 여행작가다. 여행하면서 좋은 곳 구경하고 돈도 버니 그보다 좋을 수가….

실제 라디오 인기프로그램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여행작가가 등장하는 코너가 있다. 여행작가는 이번 주말에 가보기 좋은 곳을 청취자들에게 소개한다. 서점에 나가면 여행 코너에 가장 많은 신간이 쏟아져 나온다. 해외 여행책도 이제는 나라별, 테마별로 출간된다.

오지여행가 겸 골프칼럼니스트 조주청씨는 여행작가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조씨는 한때 30여개 매체에 여행기를 연재한 적도 있다. 조씨는 젊은 기자들의 롤모델이었다. 실제로 유력지의 중견기자가 조씨를 찾아와 여행작가의 길을 모색한 일도 있다. 여행작가에 대한 선망을 반영하는 게 여행작가 스쿨의 등장이다. 동국대 평생교육원에는 여행작가 과정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국여행작가협회(회장 송일봉)가 있다. 2001년 정보상, 송일봉, 양영훈, 유연태, 이신화, 허시명, 홍순률 7인이 설립했다. 현재 정회원은 40여명. 여행작가협회 정회원이 되려면 먼저 일반회원이 되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여행 관련 글을 기고하고 관련 저서를 한 권 이상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협회 이사회에서 이들 일반회원의 활동 상황을 6개월 이상 지켜본 뒤 정회원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여행작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송일봉씨.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꽁지머리와 모자가 심벌이다. 송씨는 1994년 4월 ‘모닝캄’ 편집장을 끝으로 월급쟁이 생활과 작별했다. 송씨는 이후 지금까지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살면서 가정을 꾸려왔다. 송씨는 “평탄한 삶보다는 긴장된 삶을 원해 여행작가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송씨는 현재 KBS, MBC, CBS, 국군방송 등에서 7개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한다. 이 중 KBS는 라디오 2개 프로그램을 포함해 4개 프로에 출연한다. 신문·잡지 기고, 강연, 백화점 문화센터 답사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송씨가 여행작가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모닝캄 편집장으로 일하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할 때였다.

“그때 외국 여행작가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원고료만으로 어느 정도 생활이 된다고 했다. 그때부터 여행을 하면서 먹고사는 방법이 없을까를 생각했다.”

송씨의 경우 주수입원은 백화점 문화센터 답사프로그램이다. 서울의 현대백화점 전 지점에서 답사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년 여행작가 경력의 송씨에게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일까. 송씨는 “역시 글 쓰는 게 제일 힘들다”면서 “그렇지만 여행작가이기에 놓을 수 없다”고 한다. 그는 4년마다 한 권씩 출간을 목표로 글을 쓰고 있다. 여행작가에게 가장 궁금한 것 중의 하나가 지금까지 여행한 곳 중 어디가 가장 감동적이었느냐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오번도르프다. 잘츠부르크에서 기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시흥초등학교 5학년 때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이 마을에서 작곡되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 이곳을 가보겠다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1993년 12월 24일 마침내 성탄절 전야에 그 현장에 설 수 있었다. 그때 세계 각국의 여행객이 그곳에 있었는데 한국인은 나를 포함해 2명이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반주가 흘러나오면 여행객들은 모두 모국어로 이 노래를 합창했다.”

(위부터) 유연태, 허시명, 민병준 작가 photo 조선일보 DB
그렇다면 국내 여행지 중에서는 어디를 최고로 꼽을까. 그는 고민하지 않고 군산 앞바다 선유도(仙遊島)를 말했다. 대학생 때 막연히 ‘신선이 노니는 섬’이 어떨까 하는 호기심으로 이곳을 처음 찾았다.

“그 뒤 여행잡지사 기자로 있으면서 선유도 민박집에 가볼 일이 있었다. 모든 게 그대로였다. 플라스틱 바가지와 빨래판까지. 나는 그때 변하지 않는 게 이렇게까지 감동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선유도 백사장에서 낙조를 보면서 취하는 그 기분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송씨는 ‘1박2일 힐링여행’ ‘사계절 베스트 여행지 48’ ‘주제가 있는 여행’ 등의 저서를 갖고 있다.

◇ 전국 여행하며 지역의 특산주(酒) 소개하고 다니는 여행작가도 있어

민병준씨는 국내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작가다. 레저잡지 ‘사람과 산’ ‘마운틴’ ‘아웃도어’에서 취재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했다. 민병준씨의 전문 분야는 산과 강. 주간지, 일간지, 사보 등에 꾸준히 글을 기고해 왔다. 국내 군 단위까지 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

“다녀와서 글을 쓰는 것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어쩌다 마감과 겹치면 여행지 현장에서 원고를 쓸 때도 있다. 하루 22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었던 적도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산여행’ ‘한 권으로 보는 그림 한국지리백과’ ‘백두대간 가는 길’ 등 7권의 책을 써냈다. 2007년에 나온 ‘백두대간 가는 길’은 6년 작업 끝에 탄생했다. 이 중에서 ‘한 권으로 보는 그림 한국지리백과’가 16쇄를 넘겨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그가 느끼는 고충이 궁금했다.

“여행작가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이런 데 취미가 없으면 힘들다. 가장 큰 고민은 발표 매체가 많이 없다는 현실이다. 그리고 출장비와 원고료가 너무 박하다.”

산과 강 여행을 따라 전국을 다 돌아본 그에게 치유여행으로 어디를 추천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숲이나 강을 한 시간 이상 산책할 수 있는 곳이면 다 좋다. 개인적으로 나는 경치를 떠나 백두대간 산자락을 최고로 친다.”

그는 현재 강원도 홍천의 내린천 최상류 마을에서 산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배우게 하고 싶어 아내가 4년 전부터 강원도 홍천에 살았다. 그는 올여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홍천에 합류했다.

정보상씨는 현재 여행작가 중 가장 많은 저서를 출간한 사람이다. 정씨는 국내외를 총망라한다. 그의 책을 보면 관심 분야가 얼마나 폭넓은지 드러난다. ‘유럽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0’ ‘중국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0’ ‘카메라로 그린 유럽그림기행’ 등이 해외 여행 관련 책들이다. 국내 여행 책으로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웰빙여행 39’ ‘수도권 베스트 여행지 42’ 등이 있다.

허시명씨는 여행작가로 출발해 현재는 막걸리학교 교장으로 더 유명하다. 전국을 여행하며 지역의 특산주(酒)를 소개하고 있다. 유연태씨는 ‘대한민국 대표여행지 52’ ‘멋있는 여행 맛있는 남도’ 등의 책을 냈다. 현재 동국대 평생교육원 여행작가 과정에서 미래의 여행작가를 키우고 있다. 여성 여행작가로는 이지나씨가 많이 알려졌다. 이씨는 ‘엄마 딸 여행’ ‘카페 수업’ ‘샌프란시스코’ 3권의 책을 냈다.

김산환씨는 여행작가에서 캠핑여행을 전문화해 성공한 경우다. 김씨는 여행작가로 활동하면서 ‘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를 출판했지만 최근에는 캠핑전문 여행작가로 방향을 바꿨다. ‘오토캠핑 바이블’ ‘캐나디언 로키 캠핑여행의 첫걸음’ 등을 펴냈다. 김씨는 캠핑여행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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