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는 10일(현지 시각) 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내렸다. 지난 5일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을 마친 고(故)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는 듯했다. 요하네스버그의 FNB스타디움(월드컵경기장)에 마련된 단상에 각국 정상(頂上)들이 자리를 잡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만델라의 추모식이 아니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만남이었다. 오바마와 카스트로는 이전까지 공식 석상에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이다. 식민 지배 관계였다가 현재 적대적 사이인 영국 캐머런 총리와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도 한자리에 앉았다. 평생 화합과 용서의 가치를 실현해온 만델라가 세상을 떠나면서 구원(舊怨)을 지닌 국가의 정상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20년간 만델라의 비서를 지낸 젤다 라 그란지(43)는 "적대적 관계였던 사람들이 서로 손을 붙잡는 모습을 마디바(존경받는 어른·만델라의 존칭)도 보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만델라는 우리가 무지개처럼 조화롭고 평화롭게 지내길 원했다"고 말했다.
남아공 정부는 이날 추모식에 국가 정상급 인사 91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 당시 참석한 정상급 70여명을 웃도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