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한 달째 계속되는 가운데 시위 현장에서 총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처음 발생해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태국 경찰은 1일 시위가 본격화한 이후 처음으로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다. 시위대가 몰려오자 경찰청에서 로이터 등 언론과 인터뷰하기 위해 대기중이던 잉락 친나왓 총리가 급히 피신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프라차 프롬녹 부총리는 방콕 시민들에게 1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외출하지 말라고 TV 담화를 통해 당부했다.

태국 反정부 시위 격화, 4명 사망 - 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1일 방콕 총리 청사 앞에서 진압 경찰과 맞서 있다. 잉락 친나왓 총리가 오빠 탁신 전 총리 사면안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초 본격화됐다. 지난 30일 방콕에서는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 과정에서 4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태국 정부는 방콕 시민들에게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외출하지 말라고 1일 당부했다(위 사진). 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11월 30일 친정부 집회장소인 방콕 라자망갈라 경기장 주변을 오가는 차량을 무차별 공격했다. 시위대의 습격을 받은 버스에 타고 있던 한 여성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깨진 차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아래 사진).

방콕에서는 지난 30일 잉락 친나왓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정부를 지지하는 '레드셔츠' 시위대 간 충돌이 벌어져 4명이 숨지고 최소 수십 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유혈 충돌은 친정부 집회 장소로 모여드는 레드셔츠 시위대를 반정부 시위대가 저지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반정부 시위대는 람캄행대학교 앞에서 레드셔츠를 태운 채 라자망갈라 체육관으로 향하던 버스와 택시를 가로막고 돌과 막대기로 공격했다. 레드셔츠 측이 이에 맞서며 양측 간 폭력 사태는 밤새 계속됐다.

이날 오후 8시쯤 람캄행대학 캠퍼스 안에 있던 한 학생(21)이 밖에서 날아온 실탄에 맞아 숨졌다. 1일 새벽에는 레드셔츠 소속 1명(43)이 총에 맞아 숨졌다. 누가 쏘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태국에선 총기 소유가 허용돼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1일을 '승리의 날'로 정하고 자신들의 행동을 '국민 쿠데타'로 선언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경찰청·내무부 등 10개 주요 정부 청사 점거를 목표로 이날 총리 공관과 방콕 시경 주변에 몰려들었다. 검은색 상의를 입은 시위대 수백 명은 국영방송국 PBS를 점령했다.

잉락 총리는 시위대 진압에 무력을 쓰지는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1일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했다. 태국 정부는 주요 정부 청사를 중심으로 경찰 2만여 명을 배치한 데 이어 군 병력 3000여 명을 더 투입했다. 지난달 초 이후 군 병력이 방콕 시내 치안 유지에 투입된 것은 처음이다. 태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정부 시위는 잉락 총리가 친오빠 탁신을 포함한 정치인을 대거 사면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해 시작됐다. 탁신 전 총리는 2006년 군사 쿠데타로 물러난 뒤 2008년 부패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해외 체류 중이다. 2011년 총선에서 잉락 총리가 이끈 푸어타이당은 의석 500석 가운데 265석을 확보해 집권했다. 푸어타이당은 최근 2004년 이후 정치 사건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거나 기소된 이들을 포괄적으로 사면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수텝 타웅수반 전 부총리는 공무원들을 향해 "2일부터 휴무에 들어가 시위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의회 해산 후 선거 없이 각계 인사를 중심으로 국민의회를 구성해 이 국민의회가 총리와 각료를 선출하도록 하자"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잉락 총리는 지난 28일 의회에서 불신임안이 부결된 직후 국민의회 제안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