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청와대가 와이셔츠곽에 20억원 담아 DJ에게 전달하자, DJ는?

입력 2013.11.29 12:02 | 수정 2013.11.29 13:13

김중권 대통령비서실장. /사진=서경리
김중권 대통령비서실장. /사진=서경리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겉으론 중립내각을 요구하면서 뒤로는 대선자금 5000억원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정무수석비서관이었던 김중권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최근 월간조선 기고를 통해 "노 대통령이 내게 '당에 선거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보라'고 지시해 민자당에 그 뜻을 전하자 얼마 후 5000억원을 요구하는 밀봉(密封) 봉투를 보내 왔다"며 "겉과 속이 달라도 너무 다른 YS에게 노 대통령도 정(情)이 떨어진 듯했다"고 밝혔다.

김중권 전 비서실장은 "노태우 대통령은 YS에게 대권(大權)과 함께 자신의 국정(國政)경험을 전수(傳授)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지만, YS는 사사건건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 행보를 통해 국민의 인기를 얻는 데만 급급해했다"며 "노 대통령이 분노했다"고 했다.

당시 야당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DJ)에게 전달된 ‘와이셔츠곽 20억원’ 사연도 공개됐다.

1992년 11월 초 노태우 대통령은 “여당은 선거자금을 그런대로 꾸려 가고 있는 것 같고, 정주영 후보는 재벌이니까 관심 가지지 않아도 되는데, DJ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며 김중권 정무수석에게 ‘선물’을 전하라고 지시했다.

경호실로부터 와이셔츠곽을 받은 김 수석은 DJ에게 이를 전달했고, DJ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김 수석은 “9·18 결단을 잘 이해하고 높이 평가해 주신 데 대한 대통령 각하의 감사의 표시"라며 "이 돈을 다시 가져갈 수 없으니, 대통령 각하의 성의를 생각해서 받아달라”고 했다. 결국 DJ는 “고맙다”면서 그 돈을 받았다.

이 일을 죽을 때까지 비밀로 지키려 마음 먹은 김중권 수석에게 얼마 후 DJ 측근인 권노갑 의원이 귓속말로 "고맙다"고 했다. 김중권 수석은 DJ가 그 돈을 당(민주당)으로 내려보냈다'고 생각했고, 노태우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

1995년 10월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 중이던 DJ는 “1992년 대선 중반에 당시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위로금 명목으로 20억원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그는 “92년 대선 중반쯤 노씨의 모 비서관이 순전히 인사의 뜻이라며 20억원을 건네줘 받은 바 있다”며 “위로의 명목이고 어떠한 조건도 없었기 때문에 받았다”고 말했다.“ DJ는 ”그외에는 어떤 정치자금도 노씨에게 받은 바 없다“고 덧붙였다.

그 무렵 정국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로 들끓고 있었다. ‘노태우 비자금’의 용처(用處)에 대한 얘기들이 돌기 시작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중간평가 유보 등 정치적 고비 때, 노 대통령이 DJ에게 돈을 준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돌았다. 검찰이 수표 추적을 할 경우 DJ가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었다. DJ는 자신을 향한 의혹이 더 커지기 전에 선제적(先制的)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실토한 것이었다.

1992년 12월 21일 청와대를 예방한 김영삼 당선자와 노태우 대통령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두 사람은 줄다리기를 거듭했다.
1992년 12월 21일 청와대를 예방한 김영삼 당선자와 노태우 대통령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두 사람은 줄다리기를 거듭했다.
김중권 전 비서실장은 몰려든 기자들에게 "DJ는 모 비서관을 통해 20억원을 받았다고 했는데, 나는 비서관이 아닌 수석이었다"는 말로 둘러댔다. 그는 베이징의 DJ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언론에서는 후속 보도를 쏟아냈다.

DJ 측에서는 “YS의 1992년 대선 자금을 밝히라”면서 반격을 시도했다. 이에 대해 강삼재 민자당 사무총장은 ‘20억+알파(α)’ 주장으로 맞불을 놓았다. 20억원 이외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추가로 받은 돈이 없다는 DJ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것이었다. 여야(與野)의 다툼은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이 됐다.

사시 8회 동기인 안강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만난 김중권 전 비서실장은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1995년 12월 안 중수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발표를 하며 "김대중씨가 받았다는 20억원은 확인했나"란 기자들의 질문에 "노씨가 말을 하지 않는다"며 넘어갔다.

잊혔던 이 문제를 다시 불러낸 것은 1997년 대선이었다. 그해 10월 7일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은 “DJ가 총 67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보유해 왔다”면서 “DJ가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20억원 외에 적어도 6억3000만원을 추가로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 바람에 ‘20억+알파’는 다시 한번 논란의 대상이 됐다. 기자들이 다시 김중권 전 비서실장을 찾아왔고, 그는 이렇게 답했다.

“검찰은 그때 전달된 액수가 20억원뿐이라는 것을, 다시 말해서 알파가 없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당시 강삼재씨가 주장한 20억+알파의 개념에는 ‘김대중씨가 20억원을 받았다고 고백한 것은 거짓말이다. 92년 11월 당시에 그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았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 이번에 또 다시 사무총장이 되더니 알파의 개념을 바꾸더군요. 91년 1월과 5월에 각각 3억과 3억3000을 합쳐서 6억3000이라고요.”

김중권 전 비서실장에 따르면, 강삼재 총장이 ‘알파’라고 주장한 돈은 DJ의 러시아 방문, 영국 방문, 생일 때에 의례적(儀禮的)으로 전달한 돈으로, 그와는 무관한 돈이었다. 그는 "1992년 11월에 노태우 대통령의 심부름으로 DJ에게 전달한 돈만 가지고 묻는다면, 그건 분명히 20억원이었고, ‘알파’는 없었다"고 밝혔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