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조동만(60) 전 한솔그룹 부회장을 포함해 세금 5억원 이상을 1년 넘게 안 낸 개인 1662명과 기업 936곳의 성명, 상호, 직업, 주소, 체납 내용을 홈페이지(www.nts.go.kr)와 관보, 세무서 게시판에 공개했다고 28일 밝혔다. 국세청은 해마다 5억원 이상 고액(高額) 체납자 명단을 관보 등에 추가로 올리고 있다.
올해 새로 공개된 국세 체납자 중엔 한솔그룹 창업주 이인희 고문의 둘째 아들인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이 양도소득세 등 715억원을 체납해 체납액이 가장 많았다.
조 전 부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로,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형이다. 현재 조 전 부회장이 사는 집은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아내 명의 주택이다. 지난 9월 서울시 세금징수과 직원이 체납액을 징수하려고 방문한 조 전 부회장 집은 가구나 집기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는 당시 세금징수과 직원에게 "재산도 없고 수입도 없으니 세금을 낼 수 없다"고 버텼다.
하지만 옆집과 연결된 문을 열자 옷이 가득한 옷장과 현금이 보관된 금고가 나왔다. 옆집은 조 전 부회장 소유였다가 세금 체납으로 압류돼 공매로 나온 집으로, 그의 매제가 2004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회장은 아내 명의 집과 한때 본인 소유이던 집을 서로 연결해 사실상 한 채처럼 쓴 것이었다.
국세청은 "재산 추적을 했지만 본인 명의 재산이 한 푼도 없어 밀린 세금을 걷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 전 부회장 측은 "세금 체납은 과거 한솔엠닷컴을 KT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세금 산정 방식을 놓고 과세 당국과 이견이 있어 발생한 것"이라며 "사업에 실패해 세금 낼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조 전 부회장과 비슷한 케이스가 또 있다. 신삼길 전 삼화저축은행 회장은 부가가치세 등 351억원을 체납해 올해 개인 체납자 3위에 올랐고, 전윤수 성원건설 대표는 증여세 224억원을 안 내 체납 순위 8위였다.
역대 세금 체납액이 가장 많은 사람은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다. 체납 세금이 2225억원에 이른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도 1073억원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다. 정태수 전 회장의 아들 정보근 전 한보철강공업 대표도 644억원의 체납 세금이 남아 있고, 주수도 전 제이유개발 대표도 540억원의 세금이 밀려 있다.
고액 체납자 명단 공개가 시작된 2004년부터 지금까지 체납된 세금을 내지 않은 납세자는 이번에 공개된 체납자를 제외해도 1만3500명에 이른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체납된 세금만 22조5000억원을 넘지만 체납자에게서 거둬들인 세금은 2112억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