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韓國여대생 살해범 "아무나 죽이고 싶었다"

입력 2013.11.27 03:05

[CCTV·목격자 진술 토대로 인근 거주 10代 용의자 체포]

피살 여대생, 워킹홀리데이로 6주전 호주 들어와 아르바이트

강도·성폭행 흔적은 없어… 묻지마 살인 가능성 높아
"인종증오 범죄" 관측도 나와 韓人사회 긴장… 밤 외출 꺼려

호주 퀸즐랜드주(州) 브리즈번에서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에 참가 중이던 한국인 20대 여대생을 살해한 용의자가 검거됐다.

퀸즐랜드 경찰은 지난 24일 새벽 4시쯤 브리즈번 도심 앨버트 스트리트에서 반은지(22)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알렉스 루벤 맥이완(19)씨를 26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호주ABC 뉴스가 보도했다. 반씨는 워킹홀리데이에 참가하기 위해 6주 전 호주에 도착해 사건 당시 한 호텔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가던 길이었다.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서 지난 24일 새벽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던 길에 살해된 한국인 여대생 반은지씨의 사진과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이 26일 브리즈번 위컴 공원에 놓여 있다.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서 지난 24일 새벽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던 길에 살해된 한국인 여대생 반은지씨의 사진과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이 26일 브리즈번 위컴 공원에 놓여 있다. /호주 ABC
용의자는 길을 걷던 반씨를 때려 살해한 뒤 인근 위컴공원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20분쯤 뒤 공원을 지나던 한 행인이 머리 부위가 심하게 훼손된 반씨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반씨 시신에서 성폭행 또는 강도를 당한 흔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사건이 벌어진 앨버트 스트리트는 낮에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밤에는 노숙자들 소굴로 변하는 곳이라고 현지 언론 쿠리어메일이 전했다.

경찰은 현장 주변 CCTV 화면과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용의자를 검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의 거주지는 사건 현장 인근 스프링힐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그는 26일 브리즈번 지방법원에 출석해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은 12월 16일 열린다.

퀸즐랜드주 한인회는 "늦은 밤과 이른 새벽 외출 때 안전에 유의하고, 새로 이주해 온 한인들에게도 안전 지침을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시드니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용의자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아무나 닥치는 대로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묻지 마 살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경찰은 인종 증오 범죄일 가능성까지 고려해 범행 동기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시신발견 지점.
반씨 부모는 26일 오전 브리즈번에 도착해 시신을 확인하고 현지 경찰과 영사 관계자로부터 사건 관련 설명을 들었다. 캠벨 뉴먼 퀸즐랜드주 총리는 반씨 부모를 만나 위로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시신이 발견된 위컴공원에는 반씨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놓고 간 꽃들이 쌓여 있다고 ABC가 전했다. 추모객 스콧 맥퀼란은 "내 아내도 한국인이다.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고 꽃을 놓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반씨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국인 여성 손모(31)씨는 "앨버트 스트리트에는 가로등과 CCTV가 부족해 밤에는 밖에 나가고 싶지 않다. 이 아파트를 좋아하지만 떠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피살된 반씨가 호주로 가기 전 다녔던 부산 부경대는 26일 갑자기 발생한 사건 소식에 놀라며 수사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다. 부경대 관계자는 "반씨가 평소 명랑하고 활발한 성격이었다"며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 성적이 우수했다"고 말했다. 반씨 부모는 딸 피살 소식을 듣고 급히 호주로 갔으며, 나머지 가족은 외부 연락을 피했다. 주변에선 "반씨가 장녀로,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어학연수 대신 일을 하면서 영어를 배우는 워킹홀리데이를 가게 됐다"고 말했다.


[워킹홀리데이란] 1년간 취업·관광·어학연수 비용 현지서 벌 수 있어 인기… 작년 4만8500명 중 70% 호주行

워킹홀리데이는 만 18~30세 청년을 대상으로 외국에서 일하면서 여행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관광취업비자 제도다. 1년간 취업해 관광·어학연수 경비를 벌 수 있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작년에만 4만8500명이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외국으로 나갔다. 이 중 70%가 호주로 갔다. 한국은 1995년 호주를 시작으로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스웨덴 덴마크 홍콩 대만 체코 이탈리아 영국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스라엘 등 17개국과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체결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2010~2012년 워킹홀리데이 도중 발생한 사건·사고는 매년 100여건 정도다. 이중 사망사건은 2010년 4건, 2011년 4건, 작년 1건이었다. 교통사고나 병으로 인한 사망이었지만, 이번에 처음 범죄 피살자가 발생했다.

워킹홀리데이에 참여한 젊은이들 상당수는 농장과 공장, 한인 업소 등에서 주당 20만원 이하의 저임금을 받으며 혹사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번 돈의 대부분은 인력·숙박업체에 뜯기고 최저 수준의 생활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철저한 준비와 관리 프로그램, 위험 대비 없이 나간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인터넷 사이트와 사전 설명회를 통해 참가자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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