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23일‘P5+1’(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의 핵협상이 열린 스위스 제네바 인터콘티넨털호텔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달 말 처음 개최된 '주변외교공작 좌담회'에서 중국 주변국 외교의 키워드로 '친(親)·성(誠)·혜(惠)·용(容)' 4글자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2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지난 19일 당과 정부 고위직이 참석한 '선전 보고회'에서 시 주석의 주변국 외교 키워드를 전하며 "이는 중국이 굳게 지켜야 할 평화 발전의 길에 대한 생동하는 선언"이라고 밝혔다. '천·성·혜·용'은 주변국과 더욱 친하게 지내고, 성의를 다해 주변국을 대하며, 중국 발전의 혜택을 나누면서, 주변국을 더욱 포용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왕 부장은 "중국의 발전은 다른 국가 이익을 해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우리도 정당한 권익이 침해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4~25일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주변외교공작 좌담회'를 주재했다. 동방조보는 "앞으로 5~10년 중국 주변국 외교의 전략과 목표를 제시한 회의"라며 "주변국 외교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 방안을 명확하게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시 주석은 "중국과 주변국 경제가 일체화하는 새 국면을 맞았다"며 주변국과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안보 문제도 "상호 신뢰·상호 이익·평등이란 관점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신(新)안보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공공 외교·민간 외교·인문 교류를 활성화해 중국의 대내외 정책을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고도 말했다.

시 주석은 취임 첫해인 올해 북쪽의 러시아, 서쪽의 중앙아시아, 남쪽의 동남아시아를 차례로 순방하며 주변국 관계를 다졌다. 시 주석은 중앙아시아에서 "30억 인구를 포괄하는 '신(新)실크로드 경제권'을 구축하자"고 밝혔다. 동남아시아 순방 때는 '해상 실크로드'를 제안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5월 첫 순방지로 인도를 찾아 25억명 인구를 가진 중국·인도 간 경제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군사적 갈등을 봉합하려 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미국과 달리 14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며 "주변국과 안정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국 발전에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주변국 외교 가운데 '동쪽'만 빠진 만큼 시 주석이 내년쯤 한국을 방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대일(對日) 관계에선 '친·성·혜·용'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왕이 부장은 "현재 중·일 관계가 어려운 것은 일본이 만들어 낸 것이지 중국이 원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중국은 23일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해 일본을 군사적으로 압박했다. 왕 부장은 "일본은 현실을 직시하고 말과 행동을 조심하며 중국의 주권에 손실을 끼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역사를 거울로 삼을 때만 미래를 열 수 있고, 평화를 지향할 때만 이웃 국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을 겨냥해 "중국은 절대로 대문 앞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말썽이 일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