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림 읽는 남자, 주인공의 마음까지 '스캔'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입력 2013.11.23 03:01

    '사람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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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보는 눈 |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84쪽 | 1만5000원

    '얼굴은 시난고난한 흔적이 또렷하다. 턱으로 내려오는 선이 가파르며, 수염 올올이 성기다. … 배를 몰든 말고삐를 잡든 세상에 거저먹는 일은 없다. 사람 일은 얼굴로 가서 새겨진다.' 한쪽 눈을 실명해 안대로 가린 인조 때 군사 전문가 장만(張晩)의 초상화에 대한 해설이다. 차지면서도 세련된 우리말을 자유자재로 문장 속에 구사하며, 그림 속 옛사람들의 본새까지 꼼꼼히 짚어낸다.

    이 책은 지난해 3월부터 1년 3개월 동안 본지에 연재한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미술평론가인 저자는 우리 옛 그림 85점을 초상화, 풍속 인물화, 산수 인물화 등으로 나눠 심안(心眼)으로 그림을 읽는 속 깊은 글의 진수를 보여준다.

    '운낭자 상'에선 치마 끝 살포시 내민 흰 버선발에 포커스를 맞추고, '정몽주 초상'에선 깨알만 한 사마귀를 붙잡아 인물의 체취를 읽어낸다. '봄날의 짧은 황홀과 아찔한 유혹, 남녀의 가느다란 떨림과 끌림을 담는다'는 조선 풍속화 해설의 깊이도 은근하다. 때로는 책 읽는 일이 이렇듯 시간을 호사(豪奢)롭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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