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의구현사제단 '대선 不服', 어느 信者가 믿고 따르겠는가

조선일보
입력 2013.11.23 03:01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소속 일부 사제들이 22일 전북 군산 수송동 성당 본당에서 지난해 대선에서 국가기관을 동원한 불법 선거가 자행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 미사를 열었다. 이들은 전북 전주·익산·정읍 등에서 대통령 퇴진 시국 미사를 계속 열 계획이라고 한다.

민주당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그간 대선 때 불거진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문제 삼아 박 대통령과 여권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그러면서도 대선 불복(不服)으로 비치지 않도록 발언 수위 조절에 신경을 써 왔다. 그런데 일부 사제들이 이 마지막 선(線)을 허물어뜨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의구현사제단 측은 "대통령 사퇴 촉구 미사는 전주교구의 단독 결정"이라며 사제단 전체 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KAL 858기 폭파범 김현희가 가짜라고 했다가 노무현 정부의 진상 조사를 통해 사제단 주장이 허위로 밝혀졌는데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사제단은 광우병 반대 촛불 집회,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한·미 FTA 반대 등 우리 사회 현안마다 다 뛰어들어 정권 퇴진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북한 3대 세습 왕조의 폭정(暴政)에 시달리며 최소한의 기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2300만 북한 주민의 고난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정진석 추기경이 북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보고 "북한은 진리를 차단하고 자유가 없다"고 한마디 하자 "골수 반공주의자 면모를 보여줬다"며 정 추기경을 공격했던 게 사제단이다.

사제단은 지난 9월에도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댓글 의혹 규탄 시국 미사를 열었다. 사제단 소속 함세웅 신부는 야당·친야 단체들이 지난해 대선 댓글 사건 규탄 집회 등을 이끌기 위해 만든 '범야권 연석회의'를 주도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사제단은 막상 사제단 소속 전주교구 사제들이 대통령 사퇴 시국 미사를 여는 것에 대해선 '개별 교구 차원의 단독 행동'이라는 논리 뒤에 숨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사제단의 주장을 얼마나 많은 신자(信者)가 믿고 따르겠는가.

민주당은 '대통령 사퇴 미사'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해 트위터에 올린 120여만건의 대선 개입 의혹 글을 찾아내자 "1960년 3·15 부정선거를 능가하는 사태"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검찰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가 다 밝혀진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지난 대선에서 국가기관들이 개입해 당선자가 뒤집힐 만큼 엄청난 규모의 불법·부정이 저질러진 게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민이 먼저 들고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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