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를 탄 미국 여인을 향해 일본 시민들이 손을 흔들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고(故) 존 F 케네디(JFK)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55) 신임 주일 미국대사가 19일 도쿄 왕궁의 아키히토(明仁) 일왕에게 신임장을 전달하러 가는 거리 풍경이다.
케네디 대사는 이날 오후 3시쯤 도쿄 왕궁에서 1㎞ 정도 떨어진 메이지(明治)생명 건물 앞에서 일본 왕실이 준비한 마차를 타고 왕궁으로 향했다. 주변에는 시민 수천명이 몰렸다. 일본에서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는 대사는 승용차와 마차 중 어떤 것을 탈지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사는 마차를 선택했다. 케네디 대사가 이날 탄 마차는 1913년 만들어진 것으로,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 문양이 외부에 새겨져 있다.
시민들은 전에 마차를 탔던 다른 외국 대사들을 대했던 것과 달리, 케네디 대사를 향해 환성을 지르며 이례적인 관심을 쏟았다. 짙은 색 정장에 진주 목걸이를 하고 검은 핸드백을 든 케네디 대사는 웃으며 연도의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TV 방송들이 대사의 왕실 도착 장면을 생중계한 것도 파격적이었다.
기마 경호대는 케네디 대사가 탄 마차를 호위했다. 신임장 제정식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이 배석했다. 케네디 대사는 제정식 후 "많은 사람이 (저를 보기 위해) 와주셔서 매우 감사하다. 모국을 대표한 대사로 활동하게 돼 매우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케네디 대사는 2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일왕은 내달 19일 케네디 대사 부부를 왕궁으로 초청해 다과를 함께 할 계획이다. 케네디 대사는 일본에 도착한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나흘 만에 신임장을 제정했고, 닷새 만에 총리와 만난다. 이렇듯 주요 일정을 전례 없이 '급행'으로 치르는 것은 JFK의 후광을 지닌 신임 대사와 미·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일본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