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정부가 제출한 새해 예산안 가운데 무상 복지 관련 예산을 2조1000억원 증액(增額)하고 박근혜 대통령 핵심 공약 관련 예산과 영남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1조원 이상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13일 의원총회에서 이런 방침이 담긴 '2014 예산안 심사전략' 문건을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무상보육·무상급식·기초노령연금 지원 확대

이 문건에 따르면, 민주당은 복지 분야 예산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0~5세 무상 보육에 대한 국고(國庫)보조율을 20%포인트 인상하고 무상 급식 예산의 50%를 국고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각각 8000억원과 1조원의 예산 증액 방침을 정했다.

국회 보이콧 사흘 만에 열린 예결小委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결산심사소위원회 위원들이 14일 회의를 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국회 의사일정을‘보이콧’했다.

민주당은 이날 기초노령연금과 관련해서도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 전원에게 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정부 예산안보다 3000억원 증액된 안을 제시했다. 무상 복지 관련 예산만 총 2조1000억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 밖에도 경로당 난방비 지원,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 복지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

문병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민주당의 정체성은 보편적 복지 확대에 있다"며 "내일 의총에서도 큰 이견(異見)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세수(稅收) 부족이 만성화되어가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무책임한 구호성, 선심성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른사회 시민회의 김영훈 경제실장은 "보편 복지는 보편 증세와 함께 가야 하는데 민주당은 '부자 감세 철회'를 요점으로 하는 선별 증세에 집중하면서 복지 예산 대폭 확대를 주장하고 있어 모순(矛盾)"이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표 예산 삭감하겠다"

민주당은 이 문건에서 '박근혜표 예산'이란 표현을 쓰며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관련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작년에 비해 116억원이 증액된 개발도상국 새마을운동 확산 사업을 비롯, 창조경제 예산으로 분류되는 청년 창업 에인절 펀드(1000억원), 위풍당당 콘텐츠코리아 펀드(700억원), 제약 육성 펀드(200억원) 등에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DMZ 평화공원 조성 사업 또한 "실현 불가능한 사업"이라며 예산 삭감 대상에 포함시켰다. 정부 안에서 3426억원이 배정된 불량식품 근절 및 위해요소 예방 투자 관련 예산도 마찬가지다.

보훈처, 통일부, 안전행정부 등의 대국민 교육 사업에 대해서는 "불법 정치 개입 의혹이 있다"며 전액 삭감 방침을 정했다. 국가정보원,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 예산에 대해서도 기본 경비 및 특수활동비를 삭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 사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반대하는 건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영남 SOC 예산 삭감 논란

민주당은 영남 지역 SOC 사업에 대해서도 "특정 지역 편중 예산"이라며 삭감 방침을 정했다. 88올림픽고속도로(대구·2000억원),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부산·2092억원), 포항영덕고속도로(경북·98억원) 등이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정부 예산안을 보면 영남 지역에 많은 예산이 배정되어 있어 지역 차별적 요소가 다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제1 야당인 민주당이 이런 주장을 하게 되면 오히려 지역주의를 고착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