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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대만 휴대폰 회사 HTC 닮아가나?

  • 이동훈·주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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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1.14 12:06 | 수정 : 2013.11.14 12:08

    
	LG전자와 구글이 합작해 최근 출시한 ‘넥서스5’. photo LG전자
    LG전자와 구글이 합작해 최근 출시한 ‘넥서스5’. photo LG전자
    LG전자(대표 구본준)가 구글의 스마트폰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글이 지난 10월 3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새 스마트폰 ‘넥서스5’의 전량 생산을 LG전자가 맡으면서다.

    ‘구글폰’으로 알려진 넥서스5는 구글이 최초로 선보인 안드로이드 4.4 버전 ‘킷캣’ 운영체제(OS)를 탑재한 구글의 새 레퍼런스폰(Reference Phone)이다. 레퍼런스폰은 해당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휴대폰의 기준이 되는 모델이다. 대만 폭스콘에 ‘아이폰’의 위탁생산을 맡기는 애플과 같이 자체 스마트폰 생산설비가 없는 구글을 대신해 LG전자가 넥서스5의 전담 생산과 사후서비스(AS)를 담당하게 된다.

    ◇LG전자, 지난해 넥서스4에 이어 올해 넥세스5 등 구글의 휴대폰 대량 생산

    국내 출시된 넥서스5의 케이스 뒷면에는 ‘넥서스’란 영문표기와 함께 ‘LG’의 심벌마크가 새겨졌다. LG전자가 넥서스5를 생산함에 따라 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과 함께 넥서스5의 1차 출시 10개국에 포함됐다.

    LG전자가 구글의 스마트폰을 생산하게 된 것은 지난해 넥서스4에 이어 두 번째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구글의 안드로이드 4.2 ‘젤리빈’ 운영체제를 탑재한 넥서스4를 생산했다.
    넥서스4는 당시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이었던 ‘옵티머스 G’에 기반해 유사한 사양과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넥서스4에 이어 넥서스5까지 연이어 합작생산하면서 구글과의 합작을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의 선다 피차이 안드로이드·크롬·앱 부문 수석부사장은 “새로운 넥서스 스마트폰의 탄생을 위해 구글과 LG전자가 다시 협업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연이은 구글 넥서스 시리즈 스마트폰의 출시에 “LG전자가 HTC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일각에서 하고 있다.

    HTC는 대만 최대 갑부였던 왕융칭(王永慶) 포모사플라스틱그룹 회장의 딸인 왕쉐홍(王雪紅) 회장이 이끄는 휴대폰 업체로 휴렛팩커드(HP), 팜 등의 스마트폰을 위탁생산해 왔다. 2010년 구글과 첫 넥서스 시리즈인 ‘넥서스 1’을 합작생산한 업체도 대만 HTC다.

    하지만 강력한 자체 브랜드 없이 위탁생산에 의존한 전략은 궁극적으로 한계에 부딪혔다. HTC는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성장 정체에 빠졌다. HTC는 페이스북과 합작해 지난 4월 첫 번째 ‘페북폰’인 ‘퍼스트’를 출시하기도 했으나 곧장 ‘공짜폰’으로 전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HTC가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와 합작해 ‘아마존폰’을 2014년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으나 반응은 회의적이다. 애플, 삼성이 각각 ‘아이폰’ ‘갤럭시’ 등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이미 하이엔드 마켓을 장악한 터라 더 이상 위탁생산에 기댄 전략이 안 통할 것이란 지적이다.

    결국 HTC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1년 3분기 10.3%에서 올해 3분기 2.6%로 급추락했다. 또 HTC는 올 3분기 약 29억대만달러(약 1046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세계 시장 5위의 중국 롄샹(聯想·레노버)에 피인수될 것”이란 루머도 퍼졌다.

    HTC 최고경영자인 왕쉐홍은 지난 10월 5일 인도네시아 발리 APEC 회의에서 “4분기가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폰’ 제작 몰두하다가 자체 스마트폰 브랜드 ‘G’시리즈 흔들릴 우려

    업계에서는 넥서스5가 LG전자의 자체 스마트폰 브랜드인 ‘G’ 시리즈의 기반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인사이트’ ‘옵티머스’ 등 브랜드를 두고 갈팡질팡하다가 올 8월 스마트폰은 ‘G’, 패블릿(폰+태블릿)은 ‘뷰’, 태블릿PC는 ‘G패드’ 브랜드로 정리한 상태다. 이에 ‘넥서스5’ 제품명을 두고서도 LG전자 MC사업본부 내부에서 “‘넥서스G’란 이름이라도 붙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LG전자와의 합작 때 구글 측이 ‘넥서스5’를 고집해 LG전자도 할 수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며 “아무래도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발언권이 약하다 보니 자사 브랜드 병기(倂記)를 관철시킬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삼성전자가 구글과 합작해 ‘넥서스2’ ‘넥서스3’를 제조할 때 ‘넥서스S’ ‘갤럭시 넥서스’ 식으로 자사 브랜드를 일부 노출시킨 전례가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의 세계 최대 공급자다.

    사실 이런 우려는 LG전자가 지난해 구글과 합작해 ‘넥서스4’를 내놨을 때도 불거졌었다. 넥서스4가 당시 LG전자가 전략 스마트폰으로 내놨던 ‘옵티머스G’의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구본무)회장님폰’으로 불린 ‘옵티머스G’는 LG전자가 사활을 걸고 출시했던 스마트폰이다.

    이에 당시 LG전자는 옵티머스G와 넥서스4의 충돌을 우려해 ‘담달폰’이란 비아냥까지 들어가며 ‘넥서스4’의 국내 출시를 늦춰 물량을 조절했다. 지난해 11월 넥서스4 출시 때 한국은 1차 출시국에서 제외돼 지각 출시됐었다.

    구글과 LG전자의 연이은 합작이 구글의 절묘한 ‘양다리 전략’이란 업계의 찬사도 나온다. 구글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출시 후 삼성전자 쏠림현상이 심화되자 지난해 5월 모토로라의 인수를 완료했고 더 나아가 LG전자에 새 OS ‘킷캣’을 장착한 레퍼런스폰 제조를 맡겼다. 운영체제 공급자와 제조사와의 균형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최근 방한한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지난 10월 31일 귀국 직전에 인천 청라지구에 있는 LG전자 인천캠퍼스를 찾았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이날 박종석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장(부사장)과 만나 넥서스5 판매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LG전자 박종석 MC사업본부장은 “LG전자가 구글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더욱 빠르고 강력한 성능을 갖춘 넥서스 스마트폰 개발에 다시 참여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과 만난 직후였다.

    LG전자로서는 구글과 손을 잡은 것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LG전자의 MC사업본부는 올 3분기 3조4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 증가와 스마트폰 시장 경쟁 격화로 인해 지난 3분기 79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LG전자는 G2와 넥서스5의 사양과 가격 차를 벌려 전략 브랜드인 ‘G’ 브랜드의 잠식 우려를 극복하는 식으로 교통정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G2와 넥서스5는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셋이 ‘퀄컴2.26GHz 쿼드코어 프로세서(스냅드래곤 800)’로 동일하다. 하지만 부가기능 면에서 G2가 좀 더 고사양 전략을 채택했다. 디스플레이는 풀HD 5.2인치(G2)로 5인치(넥서스5)보다 좀 더 넓고, 배터리 용량은 탈착형 2610mAh(G2)으로 일체형 2300mAh(넥서스5)으로 더 오래간다. 카메라 화소도 각각 1300만(G2)과 800만(넥서스5)으로 G2가 더 좋다.

    초기 출고가(32GB)도 각각 95만4800원(G2)과 51만9000원(넥서스5)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를 뒀다.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정도현 부사장이 지난 3분기 IR(기업설명회)에서 밝힌 G2의 올 연말 판매목표는 300만대다.

    LG전자 홍보팀의 나영필 부장은 “넥서스4의 판매량과 넥서스5의 판매목표는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구글 레퍼런스폰은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중에서 가장 먼저 새로운 OS를 경험하는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향후 킷캣을 탑재한 폰 생산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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